'자율경영 끝'…SM엔터에 칼 빼든 카카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신호탄

SM엔터 '수상 거래' 대대적 감사…계열사 리스크 직접 관리
SM엔터 경영진 교체에 비 핵심 사업 매각·합병 가능성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그룹 본사 모습. (뉴스1 DB)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카카오가 지난해 3월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상대로 고강도 내부 감사를 진행하면서 후폭풍이 예고된다.

SM엔터 인수 후 사법 리스크가 확산하며 그룹 전반의 경영 쇄신 작업이 한창인데 SM엔터의 불투명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가 재매각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일부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여지는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감사위원회는 이달 초 외부 로펌을 통해 SM엔터의 회계 감사를 시작했다. 경영진이 본사와 상의 없이 M&A(인수·합병) 등 외부 투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감사상 여러 부적격 요소가 발생했다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이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진이 주도한 투자 건을 집중 들여다보는 중이다.

SM엔터는 지난해 9월 기획사인 10x엔터테인먼트(텐엑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사업 부문을 22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의 소속 연예인은 1명이었고 보유 현금은 300만원에 불과한 곳이었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진이 자본잠식 위기 회사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인수 주체는 SM엔터 100% 자회사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였다. SM엔터는 임원진과 가까운 회사로 분류되는 더 허브·스튜디오클론 등도 인수했다.

SM엔터 재무는 카카오 본사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부실 인수는 카카오 본사에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이를 이유로 정당한 회계 감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영 전면에 등판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의지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연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SM엔터 입장에서 이번 투자 활동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강도 높은 감사는 카카오 그룹사 전반에 팽배한 방만 경영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창업자는 이달 초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 개편을 알리면서 그룹 차원 리스크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도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카카오식 자율 경영과 선을 그었다.

SM엔터 기존 경영진을 정리하고 비핵심 사업의 경우 매각이나 합병하는 식의 경영효율화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SM엔터 재매각은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인수 당시 주가를 고려하면 카카오가 감수해야할 손실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재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금융당국 역시 카카오가 SM엔터를 계속 보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주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는 계열사를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창업자는 지난달 임직원 간담회에서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