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몸집 키워 넷플릭스 대적하나

CJ ENM·SK스퀘어 OTT 협력 방안 논의 중…합병 가능성 '무게'
쿠팡 뛰어넘고 넷플릭스 추격…자금 확보·주주 이해관계 등 난관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양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합병이 실현되면 넷플릭스의 독주에 대항할 수 있는 최대 국내 OTT가 탄생하게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035760)과 SK스퀘어(402340)는 자사 OTT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티빙의 최대 주주는 CJ ENM(48.85%)이고, 웨이브의 최대 주주는 SK스퀘어(40.5%)다.

양사는 이달 초 합병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그간 양사 간 합병설은 이전부터 여러 번 불거졌다.

SK 측은 CJ ENM에 이미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020년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MNO 사업부장을 지내던 중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며 OTT 통합론을 주장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도 합병 의지를 내비쳤다.

합병이 성사되면 넷플릭스에 대항할 국내 최대 OTT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티빙은 지난해 7월 KT(030200) '시즌'을 흡수한 데 이어 두번째로 국내 OTT를 인수하게 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약 1137만명으로 여전히 1위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는 각각 약 510만명, 약 423만명이다.

양사 MAU를 더하면 933만여명으로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좁혀진다. 물론 양사 중복 가입자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신흥 OTT 강자로 떠오른 쿠팡플레이를 넘어설 수 있다. 쿠팡플레이의 10월 MAU는 약 527만명이었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각사 제공)

'토종 OTT 통합론'이 현실화한 배경에는 OTT 시장의 성장 둔화와 누적된 적자가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플랫폼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OTT들이 줄곧 만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해외 진출 전략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다가 웨이브의 투자금 상환 기한이 임박하면서 티빙과의 합병 가능성이 불거졌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출범 당시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 조건으로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기한은 2024년 11월까지다.

상장이 불발되면 웨이브는 전환사채(CB)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적자 행진으로 상환 여력이 부족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6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도 대비 2배 이상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 웨이브는 4위다. OTT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SK스퀘어에는 웨이브 매각이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합병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을 가정한 시너지는 상당히 직관적이다. 가입자는 증가하고 콘텐츠 제작 원가는 절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환사채의 상환, 지분율 유지를 위한 추가 자금 확보, 투자자들의 이해관계 절충, 기업결합 심사 등의 난관을 언급했다.

g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