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쓰니 고장, 환불 좀"…당근에선 싸울 필요 없어요

국내 C2C 플랫폼 최초 분쟁 전담 조직 구축
"분쟁 데이터 업데이트…해소 절차 고도화"

(당근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A씨는 당근에서 무선 이어폰을 10만원에 샀다. 하지만 배터리 문제인지 일주일 후 작동하지 않았다. A씨는 판매자에게 구매가의 50% 환불을 요구했다. 판매자는 본인 책임이 아니기에 더 낮은 금액의 환불을 제안했다. 하지만 A씨는 50% 환불을 고수하며 버텼다.

사안을 파악한 당근은 '수리 가능 여부', '하자 발생 시점'을 고려해 조정 점수를 산출했다. 추가로 수리센터 등의 의견을 더해 물품 가격의 30% 환불을 제안했다. 합리적인 분쟁 조정에 구매자와 판매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국내 대표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이 2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분쟁조정센터' 출범식을 열었다. 개인 간 거래(C2C) 분쟁에 적극 대응해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국내 C2C 플랫폼 최초로 전담 기관을 조직화한 사례다.

기존 플랫폼 내 해소되지 않은 갈등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산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맡았다. 이 경우 분쟁 조정 기간 등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플랫폼 내에서 원활한 분쟁조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분쟁조정센터는 당근이 자체 구축한 조직이다. 분쟁 조정은 당근 서비스 운영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당근서비스'가 맡는다.

분쟁조정센터는 분쟁 접수 시 직거래 여부, 상이한 물품 여부, 중대한 하자, 필수 정보 누락 등 기본 분쟁 조정 기준에 따라 귀책을 판단한다.

이후 상품 특성을 반영한 세부 분쟁 조정 기준(하자 고지 여부, 수리 가능 여부, 구매 후 하자 확인 시점 등)을 바탕으로 분쟁 조정안을 제안하며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낸다.

당근은 전담 조직 출범으로 더욱 세밀하고 전문적인 분쟁 조정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관련 업무 처리 속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근은 분쟁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분쟁 해소 절차를 고도화하고 내부 기능에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개인 간 거래를 하다 보면 작은 오해나 감정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선제적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근은 특히 전자제품, 의류·패션, 가구·유아동, 도서, 식품·미용, 취미 용품 등 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6개 생활 밀착 품목별 분쟁 조정 기준을 정립해 자체 분쟁 해소율을 높여갈 예정이다.

품목별 분쟁 조정 기준을 세분화하면 더 신속한 조정안 도출과 분쟁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당근은 예상한다.

당근은 이용자 간 분쟁 해소를 주요 과제로 인식해 왔다. 지난해 4월 '프라이버시 정책 및 이용자 보호 위원회'를 만들어 외부 전문가와 분쟁 사례를 분석하고 조정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등 분쟁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벌여왔다. 그 결과 자체 분쟁 해소율은 매해 상승하고 있다.

황도연 당근 대표는 "더 명확한 기준과 절차로 신속하고 전문적인 분쟁 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C2C 생태계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이용자 보호와 건강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적·기술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근은 출범식에 이어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플랫폼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간담회도 열었다. 실제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플랫폼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토론이 오갔다.

출범식과 간담회에 참석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플랫폼 생태계가 지속 발전하려면 이용자들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분쟁조정센터와 같은 상생협력 사례가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확산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