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디지털 정부, 민간에는 이중잣대…"자성해야"[기자의눈]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방지법' 만들어
민간 기업과 달리 행정 플랫폼은 시스템 이중화 갖추지 않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의 서류 발급 서비스 장애가 나흘 만에 복구됐다. 그동안 은행, 금융사는 방문객 신분증 진위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세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 세입자들은 발을 굴렀다. 행정 시스템 먹통의 여파는 카카오톡 먹통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백업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고 카카오(035720)를 질타했다. 여기에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다.
당시 카카오는 모든 이용자에게 이모티콘을 지급했고, 유료 서비스 이용자와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수백억원 규모의 보상을 진행했다.
정부 으름장으로 만들어진 '카카오 먹통 방지법' 요지는 시스템 전체 이중화다.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곳에서 보완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장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인 보고 체계를 갖추고, 연례적으로 안정성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했다.
디지털 정부의 행정 플랫폼은 어땠는지 더듬어 보자. 이번 사태는 인증서버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의 오류였을 뿐인데 전국 자치단체의 민원 업무가 올스톱했다. 우회시스템이나 백업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애 원인도 나흘 만에 공개됐다.
오죽하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플랫폼 직원은 "우리 서비스 장애나면 언제 복구되냐고 XX하더니 자기네 장애났을 땐 1도 언급 안 하네"라고 비난했다.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카카오 먹통 방지법처럼 행정 시스템 먹통 방지법이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자성이 앞서야 한다. 자성이 없는 묵묵부답은 국민 불신만 살 뿐이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민 원성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볼 일이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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