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방지법 필요하지만…규제 만능주의 경계해야"

형사처벌 조건 모호…창작자 생태계 위축 부추길 수도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정고무신 사건 조사 착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이른바 검정고무신 방지법으로 불리는 문화산업 공정유통법(문산법)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K-콘텐츠 산업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공정거래 유형에 포함된 대가(고료)의 적정선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데 이를 근거로 형사처벌을 하는 건 과잉규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판촉비용 전가 금지 등 일부 조항도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를 줄이고자 사업자가 보증된 작가 위주로 일을 맡기면 신인 창작자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업자가 자체제작 비중을 높일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

22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문산법 13조는 창작자와 유통업자 간 불공정거래 유형 10개를 담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조항을 어긴 문화상품 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불이행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불공정거래 유형을 배제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 자체가 모호하다는 게 콘텐츠 사업자들 주장이다. 행정절차를 진행하며 주무부처의 면밀한 해석이 있겠지만 자칫 과잉규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유형공산품과 달리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콘텐츠 상품은 흥행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여러 변수가 사업에 관여하고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지를 단편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형사처벌 리스크를 안게 된 유통 사업자들이 업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법이라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불공정거래 유형 10개 항목에도 반론이 감지된다. 우선 '현저히 낮은 대가 책정'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콘텐츠 구매단가를 공개하지 않아 명시된 평균값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현저히 낮은 대가를 정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 이외의 분쟁에서 이같은 모호한 개념이 적용되면 규제 주무부처인 문체부 유권해석에 전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

'판촉비용 전가' 역시 해석이 갈린다. 창작자에게 비용부담을 떠넘기는 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를 작품 흥행을 위한 유통업자와 창작자간 협조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흥행을 보장하지 못하는 신규 작품이 독자 저변을 넓히려면 무료 보기,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이 필수다. 작품이 흥행하면 이에 따른 혜택은 창작자도 누리게 되는데 프로모션 부담을 적정 수준에서 함께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는 반론이다.

특히 이같은 규제가 결과적으로 신규 창작자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엔데믹 이후 국내 콘텐츠 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어 신규 지식재산권 발굴, 비주류 장르 활성화 등이 절실한 시기"라며 "이런 시기에 획일적 사전 규제로 새로운 콘텐츠 발굴 및 투자가 위축되면 창작자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깊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는 올해 3월2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문산법을 의결했다. '검정고무신' 원작자 故 이우영 화백이 출판사 형설앤과의 저작권 분쟁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하자 불공정거래를 막고자 규제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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