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설정샷은 가라, '생얼'을 보여줘"…미국서 '비리얼' 열풍

알림 울리면 2분내 '리얼' 사진 올려야…진짜 표정으로 '리얼모지' 만들어
제한된 시간 사용으로 SNS 과몰입 방지…'안티 인스타' 표방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여기 봐봐!"

30대 직장인 김씨의 후배가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에 뜬 알림을 보고 휴대폰 카메라를 '쓱' 앞으로 들이 밀었다.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잠시 입국한 그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비리얼'(BeReal) 앱에 푹 빠져 있었다.

불시에 찾아오는 '랜덤 알림'이 뜰 때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는 애플리케이션 '비리얼'은 '안티 인스타'를 표방하며 최근 Z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비리얼은 프랑스의 선진 IT 교육 기관으로 유명한 '에꼴42(E’cole42)'을 나온 90년대생 알렉시스 바레야와 케빈 페레루가 창업해 만든 앱으로 2020년 초 프랑스에서 출시됐지만 올해 초부터 미국에서 역주행 중이다. 디지털 분석 플랫폼 센서 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7월 둘째주 한 주 동안 비리얼 앱 다운로드 수는 170만회를 넘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역대 가장 큰 주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인기의 주축에 20대 초중반 Z세대가 있다는 점이다. 영국 타임스지는 비리얼을 "좀 더 진실되고, 사진은 좀 덜 올려도 된다는 점이 젊은 층에게 먹혔다"고 분석했다.

◇ 제한시간 있어 설정샷 불가…'리얼모지'로 진짜 감정 표현

하루에 한번, 예고 없이 알림이 울리면 2분 안에 사진을 촬영해 업로드하는 것이 규칙이다. 그동안 일상을 가장해 최고의 순간만을 담아왔던 인스타그램과는 '정반대의 사용법'이다.

비리얼 2분 제한시간 촬영샷. ⓒ News1 유민주 기자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제한시간 안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번 휴대폰 알림이 뜨면 2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알림 시간은 무작위로 선정되기 때문에 '설정샷'을 준비할 겨를 없이 무방비 상태인 그 '순간'을 찍는다. 2분 안에 다시 찍을 수는 있지만 하루에 단 한장만 공유할 수 있다.

재촬영이 용납되어도 즉흥적으로 찍는게 이 공간에서의 암묵적 규칙이다. 후면 카메라는 본인이 어떻게 찍을지 확인하고 찍을 수 있지만 셀카로 찍히는 전면 카메라는 찍고 난 후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을 보정해주는 필터나 편집 기능도 없어 그 시간 자신의 모습 그대로 공유해야 하는 셈이다.

비리얼 앱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이모티콘을 만드는 모습. ⓒ News1 유민주 기자

기존 이모티콘 표정의 틀을 벗어나 본인의 셀카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반응하는 것도 다른 SNS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단순히 '좋아요' '슬퍼요' 등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표정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리얼모지(리얼과 이모지의 합성어)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 진정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제시간에 못 올리면 '지각 표시'…당일 사진 없으면 남의 사진도 구경 못해

알림 시간에 늦어도 어느 시간이든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지만 초과된 시간만큼 사진 오른쪽 상단에 표기된다. 예를 들어 1시간 지각이면 '1시간 늦음'으로 표시돼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볼 때 사용자가 얼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촬영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지각'했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빼고는 큰 페널티가 없다. 지각과 상관없이 업로드된 사진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일 자신의 사진을 아예 올리지 않으면 다른 사용자의 사진도 볼 수 없어 '매일 출석'이 요구된다.

친구 소개로 앱을 사용한 이모씨(24, 광진구)는 "비리얼 알림이 랜덤으로 발생해서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을) 잘 지키진 못한다"며 "재촉하는 알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SNS 과몰입 방지하는 비리얼…타인 반응 부담없는 '하루살이' 사진 업로드

장기간 SNS 사용으로 '상대적 박탈감'이나 지나친 '포장'에 피로가 쌓인 사람들에게는 비리얼 이용으로 SNS 과몰입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경험할 수도 있다.

알림이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난 후 또 다른 계정으로 들어가 배회할 가능성이 낮다. 하루가 지나면 그 전의 사진들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예전 게시물을 재탕한다거나 수시로 누가 어떤 사진을 올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댓글 기능이 없어 답장을 쓸 필요가 없고 내 사진에 '좋아요' 버튼이 몇 개가 눌렸는지 신경 쓸 필요도 사라졌다. 당일 사진은 오로지 그날에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리얼은 그 이름처럼 단순한 사용 방식으로 팔로워·좋아요 수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삶에 집중하게 만든다.

비리얼 친구추가 기능. ⓒ News1 유민주 기자

기존에 알려진 SNS 앱들처럼 친구찾기 기능이 있어 연락처에 등록된 친구를 검색해 계정과 연동시킬 수도 있다. 다만 같은 하루 다른 친구들의 '한 장면'을 오늘 중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미 앱을 사용하고 있는 친구를 추가하거나 미가입 친구를 초대해 수락을 받으면 동시간대 친구들의 상태를 훑어볼 수 있는 정도로 활용될 수 있다.

외국인 친구의 추천으로 앱을 사용한 김수비씨(21)는 "한국에서는 주변에 사용자가 드물어 연동할 사람이 없어 흥미가 떨어진다"며 "두 세번 사용하고 잘 안 쓴다"고 전했다.

비리얼은 미국과 유럽권 젠지(GenZ, Z세대)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과 아시권에서는 공식 서비스가 최근에서야 시작돼 아직 사용 후기도 확인하기 어려운 실상이다.

비리얼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지만 현재 한국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서는 50위에 있다. 한국 구글 앱스토어 앱 인기차트 소셜 카테고리 부문에서는 현재 128위에 머물러 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