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자연'이라는 당연한 사실, 미래 질병 막는다 [미래on]

기후변화로 동물 서식지 변화, 새로운 질병 발생 우려 커져
인간-동물-환경 묶어 보는 '원 헬스', 국제 보건 정책의 핵심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발열체크를 하며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세계적 역사를 남긴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전파된 경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야생 박쥐가 원래 숙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역사에 남은 전염병인 흑사병도 중앙아시아의 야생 설치류에서 유래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와 흑사병 모두 인간 사회만을 고려한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인간, 동물, 환경이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관점에서 건강, 보건 문제를 살피자는 학술적, 정책적 접근을 '원 헬스'라고 부른다.

세계 보건 기구(WHO)는 "원 헬스는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지속 가능하게 균형 있게 유지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합적이고 통일된 접근 방식"이라며 "여러 분야와 학문을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건강을 보호하고 감염성 질환의 출현, 항생제 내성, 식품 안전과 같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 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기후변화로 동물의 서식지 파괴에 따른 이동으로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 접촉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가능성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원 헬스 관점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동물과 인간이 접촉하는 것뿐 아니라 상수도의 수원지에 새로운 동물이 출현하며 병원체가 유입될 수도 있다. 새로운 질병이 모기와 같은 곤충을 매개로 전파되기도 한다.

현대 의학의 중요 치료 수단인 항생제가 소용없는 '항생제 내성균'도 야생 조류 등에 숨어있다가 다시 인간 사회에 퍼진다. 인간이 버린 의약품, 폐수에 남아있는 항생제 성분뿐 아니라 축산업에서 쓰이는 항생제도 야생 박테리아가 내성을 가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 박테리아가 다시 동물 등을 통해 사람으로 퍼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 헬스' 접근이 필수적이다.

낙농업 강국인 덴마크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려고 식품안전영양연구소와 국립수의연구소를 통합해 식품수의연구소가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은 식품과 사료 모니터링, 박테리아의 환경 전파 경로 추적 등 다양한 정책,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17년에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원 헬스 전략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연구 네트워크를 결성해 원 헬스 교육·연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도 원 헬스 접근을 활용한 PREDICT 프로젝트를 통해 동물과 인간 접촉, 상호작용이 많은 지역에서 바이러스 탐지를 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949개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WHO는 현재 원 헬스 관점의 질병 관리를 강화하려고 유엔식량농업기구(UN FAO),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과 협력해 감시 체계 강화, 인력 양성, 국제 협력 강화 등에 노력하고 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