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혼자 힘으로 입고 지팡이 없이 걷는다"

'워크온슈트 F1' 공개…자동화와 균형 제어 성능 돋보여
'사이배슬론 2024' 종목 훈련 선보이기도

'사이배슬론' 2024에 참가하는 김승환 선수가 24일 대전 대덕구 엔젤로보틱스에서 지팡이를 땅에서 뗀 채로 걷고 있다. 2024.10.24/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로봇을 입고 훈련하다 보니 '아 이렇게 걷는 거였구나!'라는 게 다시금 기억났어요."

(대전=뉴스1) 김민재 기자 = 3일 뒤 사이배슬론(Cybathlon)에 출전하는 김승환 선수는 '워크온슈트 F1'을 처음 착용했을 때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이배슬론은 4년마다 열리는 장애 극복 사이보그 올림픽이다. 김승환 선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팀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은 24일 대전 대덕구 엔젤로보틱스 대전플래닛에서 하반신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을 선보였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455900) 의장이기도 하다.

워크온슈트 F1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다. 하반신마비 중 중증도가 가장 높은 완전마비(ASIA-A) 레벨을 대상으로 한다.

워크온슈트 F1 모델의 차별점은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장비를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 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24일 대전 대덕구에서 열린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김승환 선수가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사진 왼쪽), 박정수 팀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이날 공개된 워크온슈트 F1은 스스로 걸어 이용자에게 다가왔다.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해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로봇을 착용할 수 있다. 김승환 선수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장치를 조작하자 로봇이 안기듯 내려와 김 씨의 다리를 감쌌다.

신제품 개발에 참여한 박정수 팀장은 "장애인이 이 로봇을 일상에서 사용하려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로봇을 혼자서 입을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을 잡고, 착용자의 손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착용자는 직립 상태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팡이 없이도 수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균형 제어 성능이 향상됐다. 김승환 선수는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팡이 없이 선 채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연구팀은 이날 사이배슬론 종목 훈련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승환 선수를 필두로 하는 KAIST 팀은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사이배슬론 2024'에 참가한다. 사이배슬론 참가 선수들은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한 채 기량을 겨룬다.

김승환 선수가 참가하는 '외골격 로봇' 종목은 각종 일상적인 상황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평가한다. 이 종목은 총 10개의 세부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김승환 선수는 총 3개 종목의 시범을 보였다.

김승환 선수가 24일 대전 대덕구에서 열린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좁은 의자 사이를 통과해 앉은 뒤 지팡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4.10.24/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출발점에 선 김승환 선수는 "팀 KAIST 파이팅!"이라고 외친 뒤 좁은 간격으로 놓인 긴 의자 사이를 옆걸음으로 통과해 앉았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서서 좌석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서로 마주 보는 열차 좌석에 들어가 앉았다가 나오는 상황을 가정했다.

좌석 간 간격이 좁아 선수는 옆으로 걸어야 했다. 로봇은 옆으로 걷는 동작을 능수능란하게 구현했다.

짐을 바구니에 넣는 훈련도 진행했다. 김승환 선수는 손을 지팡이에서 뗀 채로 허리 높이 탁자에 놓인 짐을 바구니에 담았다. 이후 몇 걸음 뒤에 있는 무릎 높이 탁자에 짐이 담긴 바구니를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는 손을 떼고 두 발로만 걷는 종목 훈련을 선보였다. 김승환 선수는 지팡이를 땅에서 뗀 채로 10초가량을 걸어 결승선에 도착했다.

공 교수는 "지팡이 도움 없이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탄생했다"며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휴머노이드 영역으로 한 걸음 정도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