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유 [손엄지의 IT살롱]

인간이 수십년간 연구한 결과를 '알파폴드'는 1년 만에 밝혀내
각종 희귀 질환 등 신약개발에 속도…인간의 기대 수명 늘어나

구글 딥마인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은 '알파폴드'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비밀을 푸는 열쇠인 '단백질 폴드(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데 혁명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건 인류의 숙제와도 같았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생체 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복잡한 3차원 구조로 이뤄져있다. 구조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신체 활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질병을 유발한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형성된다. 단백질은 수십~수천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며 이 아미노산들이 서로 꼬이거나 접하면서 특정한 입체 구조를 만든다.

아미노산 서열이 주어졌을 때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는지를 예측하는 문제를 단백질 접힘 문제라고 한다. 접히는 방식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실제로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것을 쉽게 예측하게 만든 것이 '알파폴드'다.

생물학자들은 수십년간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사람을 비롯해 쥐, 바퀴벌레 등 생명체 속 단백질 구조를 밝히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왔다. 그 덕에 우리는 지구상의 단백질 약 2억 개의 구조와 아미노산 서열을 알고 있다.

생물학자들이 수십년간 연구한 결과를 '알파폴드'라는 AI는 1년 만에 모두 밝혀냈다. 그리고 알파폴드의 성과는 신약 개발로 이어지고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 개발의 첫 단계는 약물이 표적으로 삼을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백질 구조를 실험으로 알아내야 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알파폴드는 이 과정을 몇 시간 또는 며칠 안에 처리할 수 있다.

이후 알파폴드가 예측한 단백질 구조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그 구조에 맞는 신약후보 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 특정 단백질이 질병과 연관된 경우 그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히 알면 해당 부위에 작용하는 약물을 설계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게다가 알파폴드는 단백질과 약물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알파폴드의 연구자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이어서다. 알파폴드를 통해 인간의 기대 수명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희귀 불치병은 사례가 적어 연구가 어려웠다. 알파폴드는 다양한 단백질 구조를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서 희귀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도 빠르게 분석하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기대 수명도 늘어났지만 인간의 여유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수십 년간 해온 일을 AI가 1년 만에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남은 시간을 좀 더 '인간답게'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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