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장기임무 '명당' 쟁탈전…'라그랑주점' 숙제는[미래on]

태양풍 관측 최적 L1…美·유럽·인도 위성 터줏대감
넓은 안정인력 범위 L4·5점…우주식민지 들어서나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령 키아나 쿠로우 우주센터에서 성공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아리안5호 로켓에서 분리되고 있다. (NASA TV) ⓒ AFP=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우주 탐사 명소로 불리는 천체 간 중력 평형점 '라그랑주점'. 힘을 거의 안 받는 특성상 우주망원경, 위성 등을 고정하고 태양활동 모니터링, 심우주 탐사 등을 수행하는 데 용이하다.

또 우주여행이 보편화한 미래엔 물자, 우주인을 중개할 수 있는 '진짜 정거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총알보다 10배 빠른 시속 2만 7600㎞로 공전 중이어서 '정거장' 기능은 어렵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구와 가까운 라그랑주점 L1·2점은 이미 미국, 유럽 등의 탐사 장비가 들어섰다.

두 개의 천체 사이서 형성되는 라그랑주점은 총 5개다. 3개는 두 천체를 잇는 일직선상에 있고 2개는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에 있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 이름을 딴 것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 L1 점은 지구로부터 150만㎞쯤 떨어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이 1995년 보낸 위성 소호(SOHO)가 태양 관측을 하고 있다. 최근 인도의 태양 관측 위성 아디트야도 L1 점에 도착했으며 내년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우주전파 환경 관측 위성(SWFO-L1)도 여기로 발사된다.

태양을 등진 L2 점은 지구 밖 태양계 등 심우주 탐사에 적합하다. 초기 우주와 외계 은하 등을 탐색하는 NASA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여기에 자리했다.

라그랑주점 모식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갈무리)

특히 태양활동이 극대화하는 요새 라그랑주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태양풍 입자가 전력 시설, 통신,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등 지구 인프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1에 태양풍·입자 연구용 위성이 몰린 이유다.

우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우주항공청은 'L4·5' 개척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태양 반대편에 위치한 L3는 지금으로선 개척 경제성이 떨어진다.

아직 L4·5는 기존 L1·2보단 멀어 인공 시설물은 없다. 하지만 지구·태양뿐 아니라 먼 우주로부터의 중력과 평형을 이루기 때문에 인력의 안정된 범위가 넓다. 더 많은 시설물을 배치할 수 있단 의미다.

이런 특성상 먼 훗날 유인 '스페이스 콜로니' 입지로도 거론된다.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건설비와 더불어 고도화한 기술이 숙제다. 장기간 거주에 필요한 인공 중력, 물·자원 등을 폐쇄 순환시키는 시스템 등이다.

한편 지구·달 간 라그랑주점은 통신·관측·항법 군집위성 배치에 활용될 수 있어 미중 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우주 굴기에 대항하려면 미국이 가장 먼저 모든 라그랑주 포인트에 전략 자산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으로부터 안보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우리나라도 미래엔 이런 경쟁에 무관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