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른 면역 반응…'면역판 게놈 지도'로 정밀의학 도전한다

신의철 IBS 센터장 "면역 기억 백과사전 연구 진행…장기 이식 등에 활용 가능"
IBS·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미디어아카데미 개최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 센터장 2024.03.21 ⓒ 뉴스1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경증으로 끝나기도 하고 중증으로 발전해 사망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 문제도 있지만 과도한 면역 반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정밀의학에 활용할 수 있는 면역의 개인차 데이터를 모으는 연구가 한국에서 시작됐다.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 센터장은 21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면역 연구를 소개했다.

면역 연구는 감염병 치료뿐 아니라 장기 이식, 면역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면역세포가 자기 몸에 해를 끼치는 자가면역질환은 류머티즘성 관절염, 일부 원형탈모증, 전신적 염증 반응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의사이자 과학자인 신의철 센터장은 IBS에서 바이러스 면역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의 대표 성과는 '바이스탠더 T 세포 활성화' 관련 연구다. 이 현상은 A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T 세포만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A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T 세포도 활성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바이스탠더 T 세포 활성화 현상이 나타나면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정상적인 간세포도 공격받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조절하면 자가면역질환 및 이식 장기 거부 현상 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 센터장은 "더 나이 든 면역 세포에서 바이스탠더 현상이 나타난다"며 "아직은 상상 수준이지만 나이 든 면역 세포를 제거해 주면 면역 노화를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 센터장은 한 사람의 면역 기억을 모두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활성화된 T 세포는 미래의 면역 활동을 대비하려고 기억 T 세포로 분화해 장기간 생존한다. 한 사람 내의 여러 종류로 분화된 기억 T 세포의 정보를 파악하면 한 사람의 면역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재구성된 개인의 면역 정보는 개인화된 '정밀 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신 센터장은 "(면역 기억을 재구성해 특성을 파악하면) 장기 이식 예후 예측, 면역 항암제 치료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인류 유전 정보를 밝히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착안해 휴먼 TCR(T 세포 수용체)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면역 기억 백과사전'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는 피험자 2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으로 약 11%가량 해독됐다. 피험자를 점차 늘려나가서 데이터를 쌓으면 유전체 데이터 등 다른 개인 특성 정보와 결합해 정밀 의료에 활용할 수 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