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암흑물질 관측 사업 스톱 위기…천문연 "예산삭감에 타격"

주요사업비 30% 감축…부품 교체 등 장비관리·원천기술 개발 난항
국제협력 잦은 천문분야 신뢰 잃을지도…NASA 협력 CODEX도 차질

칠레에 소재한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한국 천문분야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에 장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천문연구원의 주요 사업비는 지난해 428억원에서 올해 308억원으로 책정됐다. 감소폭은 28%다. 전년 대비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감소폭인 14.7%의 약 2배다.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면서 천체 관측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문은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칠레 등 3개국에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24시간 은하를 관측하는 사업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외계 행성 관측에 활용된다.

2014년 가동을 시작한 KMTNet 성능을 유지하려면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예산이 충분하지가 않다.

이충욱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예산부족으로 시스템 개선은 고사하고 기존 성능을 유지하는 일도 어렵다"며 "분담금이 고정적으로 나가는데 예산은 삭감돼 시설 관리에 필요한 인력 출장 역시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대비 뒤떨어진 우리나라의 천체 측정 원천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천체 다수를 동시에 관측하는 '다천체 분광기' 사업이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이다.

황호성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천문연은 2년 전부터 86만개의 은하를 빠르게 관측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며 "주요국 대비 미약한 장비 수준을 따라잡을 계획이었으나 실증단계부터 막히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황 교수는 KMTnet에 다천체 분광기를 설치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천체 분광기는 3차원 은하 지도 작성, 암흑물질을 연구 등에 활용된다.

예산 부족으로 측정 목표는 150개 동시 관측에서 50개로 축소됐다. 5000개를 관측하는 미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다.

이같은 예산삭감이 국제 협력이 잦은 천문분야에서 국제적 신뢰를 잃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황 교수는 "다천체 분광기 사업의 경우 호주가 우리 기술을 믿고 동참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 설치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태양 플라즈마 대기인 코로나를 측정해 태양 위험을 예보하는 이 장비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