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서도 중요해지는 과학기술…"과학·외교 융합 인재 필요"

과기정통부·외교부 공동주최 '2023 과학기술외교 포럼'
과학기술 아타셰·범부처 컨트롤타워 등 제도정비

19일 서울 서초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2023 과학기술외교 포럼'에서 조성경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국제관계에서 과학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과학기술외교 전문인력 양성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는 19일 서울 서초구에서 '2023 과학기술외교 포럼'을 공동으로 열어 이같이 강조했다.

기조 연설에 나선 신성철 과학기술협력대사는 우수한 국제협력 사업도 정권이 바뀌면 중단되는 등 한국 과학기술외교가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처 간 정보공유 등 협력이 잘 되지 않고 관련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진다"며 "주한대사들이 한국의 협력사업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는 지적을 한다"고 말했다.

신 대사는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과학기술과 외교 역량을 아우르는 융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이 외교부의 발령을 받아 (협력국으로 가는) '과학기술 아타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각지의 존경받는 교포 과학자들을 협력대사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아타셰는 대사관 등에 주재하며 각 전문분야 별로 외교활동을 보좌하는 전문인력 개념이다.

이외에도 그는 △과학기술외교의 중장기적 로드맵 △범부처 컨트롤타워 구축 △과학기술 기본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사는 지난해 11월 과학협력대사로 임명돼 과학기술 외교 활동을 이어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지낸 신 대사는 과학기술분야의 경험과 국내외 다양한 네트워크로 인정받았다.

한국이 선진국의 모델을 답습하는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확보해 국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에 참석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자과학, 합성생물학 등 첨단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을 갖추고 있어 국제협력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한국만의 대체 불가능한 기술 등 역량을 키워 외교 영역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국가적 차원에서 무역 제재를 가했다. 미·중 양국에 모두 안보·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규제 설정에 대중 수출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2의 화웨이 사태가 터지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모호한 태도만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비슷한 처지의 동맹, 우방국 등을 확보해 기술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제 1차관은 "과학기술과 혁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질서의 재편을 예고 중"이라며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문제 해결, 국제 표준‧규제에 대응하는 데 과학기술외교가 중요하다"고 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