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원자 하나가 부품'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 개발
"단일 원자가 큐비트로 작용…다른 양자 컴퓨터 비해 소형화 유리"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원자 수준의 양자 연산 소자로 작동하는 신개념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5일 서울에서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과 공동개발한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스핀은 입자 자체가 가지는 기본 성질이다. 전자의 스핀은 원자의 자성과 관련이 있는데 이를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5월에 자체 개발한 전자스핀공명-주사터널링현미경(ESR-STM)으로 전자스핀을 제어해 큐비트로 활용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자현미경의 탐침과 멀리 떨어진 원자 스핀을 원격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원자를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큐비트 플랫폼은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과 철 원자가 놓인 구조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원자 배치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 시스템으로 핵심 양자 연산 구현에도 성공해 양자 컴퓨터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현재 양자 컴퓨터 경쟁은 초전도 방식과 이온트랩 방식이 선도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원자 수준 큐비트의 차별성으로 집적회로 구성의 가능성을 들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은 "초전도 방식은 1 큐비트가 가로, 세로 1㎜ 정도기 때문에 많은 큐비트를 구성할 때 여러 제약이 따른다"며 "이번 단일 원자 방식은 크기가 작아 원자 크기 수준으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플랫폼에 비해 연구된 기간이 짧은 만큼 큐비트를 늘려나가고 안정화하는 것은 앞으로의 연구 과제다.
하인리히 단장은 "초전도체와 이온트랩은 유럽, 미국에서 선도하기 때문에 한국은 후발 주자일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는 최초인 만큼 한국이 선두 그룹"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 장비인 ESR-STM은 사람들이 MRI를 찍는 것처럼 원자와 같은 미세 입자의 특성을 정밀 측정,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하인리히 연구단장이 IBM 재직 시절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IBS에서 두 번째로 자체 제작했다.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ESR-STM 기술 조언, 사용법 동영상 온라인 제공 등으로 관련 연구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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