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1.5조원 결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예산삭감에 가동 차질 우려

"연구자 1, 2년 못 뽑으면 젊은 과학자들 떠나서 안 돌아와"
한국과학기자협회-기초과학연구원, 과학미디어아카데미 개최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 연구단장이 14일 서울역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3.09.14 ⓒ 뉴스1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문혜원 기자 = "돈이 없어서 중이온 가속기를 12개월 운영해야 하는 데 6개월 이상 운영 못 할 것 같다고 연구소 측이 걱정하고 있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 연구단 단장은 14일 서울역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예산 관련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 연구단장은 "우리 연구단도 (예산 삭감) 영향을 받지만 중이온 가속기는 돈이 없어서 (내년에) 12개월 운영해야하는 데 6개월 이상 운영 못 할 것 같아 연구소가 걱정하고 있다"며 "고지가 앞에 보이는 중요한 시기에 예산 부족해서 멈칫하면 큰 타격일 것 같다"고 말했다.

희귀핵 연구단과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는 IBS의 별도 조직이지만 연구 내용은 긴밀히 연관됐다.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는 중이온 가속기 '라온'의 구축 관련 연구 개발을 한다. 라온은 1단계 저에너지 구간 구축을 마치고 2단계 고에너지 구간 구축을 앞두고 있다. 2단계 구축이 끝나면 희귀핵 연구단은 이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다.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라온은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사업으로 불리며 2011년 착공해 2022년 일부 구간 빔 인출 성공, 2023년 전체 구간 빔 가속 및 인출에 성공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구축 프로젝트에는 1조500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중이온 가속기는 희귀 원소 발견, 입자 물리학 난제 해결, 우주 연구, 신소재 개발, 생명 연구 등 기초에서 응용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가동과 냉각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 가동 비용이 상당하다.

한인식 단장은 "세금으로 지원해 주시는 것만 하더라도 감사하지만 갑자기 기초과학을 줄이면 예측 불가능한 현상을 보는 (도전적) 연구가 줄어든다"며 "(예산 부족으로) 사람을 뽑지 못하게 되는데 1, 2년만 못 뽑아 놓치면 젊은 과학자들이 (해외로) 떠나 안 돌아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지난 23일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 저에너지 전체 가속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저에너지 구간 초전도 가속장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3.5.29/뉴스1

한편 이번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단 참여 연구 성과가 소개됐다.

연구단은 4개의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을 관측하는 데 성공해 성과를 2022년 발표했다. 기존 알려진 원자핵은 모두 양성자가 포함돼 있지만 연구진은 헬륨 동위원소를 양성자 표적에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핵의 존재를 최초 규명했다.

2023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산소 동위원소(O-28)가 불안정 하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특정한 갯수의 중성자나 양성자를 가진 핵은 안정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이론이 있다. O-28은 이런 이론에 따라 안정할 수 있는데 연구진이 가속기를 이용해 실제로 만들어 보니 불안정하다는 것이 규명됐다.

두 실험은 모두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의 가속기 시설로 연구됐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가속기 연구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