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도 며칠간 끙끙대는 계산 200초만에 뚝딱…비결은 '양자'[미래on]
양자 기술의 기본 키워드 '중첩'과 '얽힘'
강력한 연산 능력 '양자 컴퓨터'…보안성 높이는 '양자 통신'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아무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했다." 양자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먼이 남긴 말이다.
어느 누구도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명언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학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난해하고 깊다.
양자역학 자체만 놓고 보면 여러 시각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산재했지만 각론에서는 시대의 눈부신 진화를 이끌고 있다.
◇양자 기술의 기본 키워드 '중첩'과 '얽힘'
양자역학의 석학인 파인먼 조차 난해하다고 말한 이유는 일상적 직관을 초월하는 현상이 기존 과학 범주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 분석에서는 벽을 통과하는 입자처럼 상식을 뒤흔드는 현상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수학적, 물리학적, 실험적 방법을 통해 연구·검증하며 양자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양자역학 핵심 개념인 '중첩'은 물리적 상태가 확률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중첩 개념을 설명하는 유명한 예시다.
또 다른 핵심 개념 '얽힘'은 서로 얽혀 있는 두 입자 중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동시에 결정됨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중첩과 얽힘 개념으로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컴퓨터와 통신이다.
◇'중첩'을 이용한 강력한 연산 능력 '양자 컴퓨터'
기존 컴퓨터는 전기가 흐르는지를 기준으로 0과 1(비트)을 구분해 연산한다.
반면 양자 컴퓨터 연산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의 중첩된 상태에서 연산을 수행해 한 번에 여러 개의 계산을 한다. 큐비트는 전자 스핀, 이온 상태 등 다양한 양자 상태로 만들 수 있다.
3비트는 2³(=8)가지 정보 중 하나만을 표현할 수 있지만 큐비트는 8개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한다. 단순 비교로 8배의 효율성을 가진다.
같은 방식으로 8비트가 하나의 상태만을 표현할 때 큐비트 8개는 2⁸(=256)개를 동시에 다룬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구글은 53 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를 이용해 당시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리는 문제를 200초만에 풀어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경쟁사인 IBM은 구글이 간과한 점이 있다며 슈퍼컴퓨터를 최적화 할 경우 1만년이 아니라 2.5일이 걸린다고 반박했다.
IBM의 반박이 맞더라도 특정 문제에서는 최소 1000배이상 양자컴퓨터가 빠르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양자컴퓨터 정책 및 기술 동향과 시사점'에서는 "양자컴퓨터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경우의 수를 탐색하고 연산 및 비교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 수준의 생화학 반응 모사, 대규모 인공지능(AI) 학습, 소인수 분해 등에 강점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소인수 분해는 보안·안보 분야의 관심사다. 인터넷 보안기술로 널리 활용되는 RSA 암호는 큰 수의 소인수 분해가 어렵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어 양자 컴퓨터 연산에 취약하다. 이런 탓에 양자 컴퓨터에도 안전한 '양자 내성 암호'가 연구되고 있다.
◇보안성 좋고 병목현상 줄이는 '양자 통신'
전기 신호를 조작하는 현재의 통신과 달리 양자 통신은 얽혀있는 양자 짝을 서로 멀리 떨어뜨리고 한쪽에서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곳의 상태가 결정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2017년 중국은 위성 '묵자'를 이용해 1000㎞ 이상의 양자 통신에 성공했다.
양자의 특성을 보안에 접목한 '양자 암호 통신'도 있다. 누군가가 도청을 시도하면 전송되는 광자(빛의 양자)의 상태가 변화해 수신자가 도청 여부를 알 수 있고 도청자가 내용도 알 수 없다. 이 방식은 기존의 수학에 근거한 암호 체계가 아닌 자연 현상에 의한 암호이므로 알고리즘을 통한 해독이 어렵다.
또 현재의 인터넷은 트래픽이 증가하면 통신이 느려지거나 대기가 필요한 '병목 현상'이 일어난다. 양자 통신은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와 마찬가지로 중첩된 상태를 이용해 이러한 병목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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