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거대AI, 개발비 3년새 5만→800만달러…160배 증가

美 스탠퍼드 대학 연구소, 연례 AI 보고서 발간…"AI 산업계가 학계 앞서"
인력도 산업계가 흡수 중…AI학계 "경쟁 수단 찾을 수 없어"

AI Index Report 2023 표지 (스탠퍼드 대학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 제작, Stanford University Human-centered Arificial Intelligence) 2023.04.18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19년 GPT-2 개발비용은 5만달러 였지만 2022년 PaLM에는 800만달러가 소요됐다."

"자원이 풍부한 산업계가 학계를 앞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는 이달 초 '2023 인공지능 보고서'를 발간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산업계에서 32개의 주요 AI 모델이 나왔지만 학계에서는 3개 정도만 나왔다. 거대 언어 모델(LLM)과 같은 최첨단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이 급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매개변수를 기준으로 2010년에는 1억개 부근에 머물렀으나 2022년에는 5000억개에 가까운 모델도 여럿 등장했다.

AI 학습 비용도 성능에 발맞춰 급증했다. 오픈 AI가 2019년 2월 발표한 GPT-2(매개변수 15억개)개발비용은 5만달러로 추정됐다. 구글이 2022년 4월 공개한 언어모델 PaLM(매개변수 5400억개)은 약 800만달러에 달했다. 약 3년 동안의 최첨단 AI 학습에 필요한 비용이 160배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2020년 GPT-3의 경우에는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학습시키는 데 18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딥마인드가 개발한 언어모델 친칠라(매개변수 700억개, 2022년 공개)에는 211만달러가 투입됐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주요 인공지능 모델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매개변수 2040억개)가 언급됐는데 학습 비용은 약 27만달러로 추정됐다.

전문 인력도 산업계가 활발히 흡수하고 있다. 북미 인공지능 분야 신규 박사학위자의 취업 경로를 보면 2011년에는 산업계(41.5%), 학계(40.9%)로 비슷했지만 2021년에는 산업계는 65%, 학계는 28%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메타, 아마존도 제품 출시, 투자, 연구를 늘리는 등 인공지능 분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산업계의 약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인공지능 기업을 설립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학계의 위축을 반영하듯 최근 논문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는 '우울한 AI 학자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기고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고문은 학계의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 작성됐다.

줄리안 토젤리우스(Julian Togelius) 뉴욕대 교수와 조르지오 야나카키스(Georgios Yannakakis) 말타 대학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AI 학자들이 글로벌 규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없다"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괜찮은 데스크톱과 인터넷이 최고의 연구자와 경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모델 분석 △모델의 규모 타협 △전문화된 영역에 도전 △틈새시장 도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스탠퍼드 대학 HAI는 이번 연례 보고서에서 주요 트렌드로 △기존 벤치마크 △AI 기술 수요 증가 △10년만의 민간 투자 감소 △각국의 입법·정책 활동 증가 △AI 채택 기업의 비용 절감 실현 △AI의 과학분야 활약 등을 꼽았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