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깨서 눈감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앞 못봐도 계단 걷는 로봇[동영상]

카이스트 명현 교수 연구팀, 보행 로봇 '드림워커' 개발
인공지능 학습으로 험한 지형에도 적응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연기, 장애물로 앞이 안보이는 재난 상황에서 별도의 시각이나 촉각 센서의 도움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걸을 수 있는 사족 보행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명현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블라인드 보행'(blind locomotion)을 가능케 하는 보행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KAIST 연구팀은 사람이 수면 중 깨어서 깜깜한 상태에서 화장실을 갈 때 시각적인 도움이 거의 없이 보행이 가능한 것처럼, 블라인드 보행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번 로봇을 '드림워커'(DreamWaQer)라고 명명했다.

명현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인공지능 학습 방법 중 하나인 심층 강화학습 기반으로 제어기를 개발했다. 제어기는 시뮬레이터로부터 얻어진 다양한 환경의 데이터를 통해 보행 로봇의 각 모터에 적절한 제어 명령을 빠르게 계산해 줄 수 있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이 마데 아스윈 나렌드라(I Made Aswin Nahrendra) 박사과정, 유병호 박사과정, 오민호 박사과정 (카이스트 제공) 2023.03.29 /뉴스1

연구팀이 개발한 제어기인 드림워크는 크게 지면과 로봇의 정보를 추정하는 상황(context) 추정 네트워크와 제어 명령을 산출하는 정책(policy)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상황추정 네트워크는 관성 정보와 관절 정보들을 통해 지면의 정보와 로봇의 상태를 추정한다. 이 정보는 정책 네트워크에 입력돼 최적의 제어 명령을 산출하는 데 사용된다. 두 네트워크는 시뮬레이션에서 함께 학습된다.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로봇은 주변 지형을 보지 않고도, 오직 내부의 관성 센서(IMU)와 관절 각도의 측정치를 활용해 주변환경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계단과 같은 단차를 맞이하는 경우, 발이 단차에 닿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발이 닿는 순간 빠르게 지형 정보를 상상한다. 그리고 이렇게 추측된 지형 정보에 알맞은 제어 명령을 각 모터에 전달해 적응 보행을 한다.

드림워커(DreamWaQer) 로봇은 실험실 환경뿐 아니라, 연석과 과속방지턱이 많은 대학 캠퍼스 환경, 나무뿌리와 자갈이 많은 야지 환경 등에서 보행 시 몸체 높이의 3분의2 정도의 계단 등을 극복함으로써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 마데 아스윈 나렌드라(I Made Aswin Nahrendra)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유병호 박사과정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오는 5월 말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ICRA(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에 채택되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로봇산업핵심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