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자들, 유전자 조절 비밀 풀었다…'RNA 치료제' 한 발 가까이
IBS-서울대 연구팀, miRNA 생성 과정 규명…네이처에 논문 2편 동시 게재
"miRNA 이해하면 유전자 이상 질병 원인 규명·치료 발전"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RNA)가 생성되는 과정이 규명됐다. RNA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과 노성훈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논문 2편을 동시 게재했다. 연구팀은 논문 게재에 앞서 21일 서울대에서 연구 성과 브리핑을 진행했다.
논문은 miRNA의 생성 과정과 그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이서(DICER) 단백질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밝혔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DNA에 담긴 유전 정보도 단백질로 '발현'되어야 생명체 특유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RNA는 DNA 속 유전 정보가 단백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계자 역할을 한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mRNA백신도 이러한 역할에 주목해 만들어졌다.
생명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인 만큼, 그 활동을 막거나 분해를 유도해 생명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
약 22개 정도의 염기서열로 구성된 miRNA는 작은 편이지만, mRNA와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 miRNA는 세포 증식, 면역, 노화, 각종 질병 등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데, 전체 유전자의 60%의 발현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몸에는 수백 종의 miRNA들이 존재한다. miRNA는 그 재료물질인 기다란 'miRNA 전구체'가 '드로셔'(DROSHA) 단백질과 '다이서' 단백질에 의해 순차적으로 절단되며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며, IBS RNA연구단은 그 선두그룹에 속해있다고 평가받는다.
IBS RNA 연구단은 이미 지난 연구에서 miRNA 생성 효소 중 하나인 드로셔의 기능과 구성을 규명하고, 이어 드로셔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다이서 단백질의 작용 과정과 구조를 밝혔다.
연구진은 다이서의 작동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 RNA를 이루는 네 가지 염기인 구아닌, 우라실, 사이토신 및 아데닌이 무작위로 구성된 miRNA 전구체를 백만 종 넘게 합성했다. 그 다음 이 전구체들을 다이서로 한꺼번에 자르고 대규모 병렬 분석법을 적용해 다이서가 전구체를 절단하는 데 필요한 서열을 발견했다. 그리고 발견한 서열을 'GYM 서열'이라고 이름 지었다.
연구진은 다이서가 RNA의 절단 위치를 결정하는데 GYM 서열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RNA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RNA 간섭' 기법에 GYM 서열을 적용해, GYM 서열이 RNA 간섭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RNA 간섭은 인공적인 miRNA를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정확한 miRNA를 다량 생산할 수 있어 유전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서울대 분자 이미징 연구실의 노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인간 다이서가 miRNA 전구체를 자르는 순간을 포착, 3차원 구조를 관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인간 다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 여러 연구진의 노력에도 풀리지 않았으나, 공동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활성화된 상태의 구조를 규명해낸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더욱 효과적인 RNA 치료제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공동 연구팀은 일부 암 환자들에게서 다이서의 특정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돌연변이가 생기면 miRNA 전구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miRNA 생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 발견은 암 발병 기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단장은 "miRNA 생성과정을 이해하면 유전자 변이나 이상 발현으로 인한 질병의 발병 원인을 찾고, 유전자 치료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miRNA 생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한층 확장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간 연속성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룬 쾌거"라면서도 생명 분야 학생들의 의대 진학에 따른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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