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도 잘 드는 치매 약 나오려면 성별 반영 연구 이뤄져야"
이혜숙 과기젠더혁신센터 소장 "임상 데이터 남성·백인 중심"
"여성 과학자 적극 참여로 젠더 기반 연구관점 정책에 반영돼야"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첨단 의과학의 수혜가 폭넓게 확산하려면 기존 백인·남성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 성별을 반영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 중구에서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가 진행한 '란셋 디지털헬스' 초청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런 내용이 공유됐다. 란셋 디지털헬스는 디지털헬스 분야 글로벌 학술지이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신기술 기반 의료 연구를 출간하고 있다.
이혜숙 GISTER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 연구가 많이 수행되고 있지만 데이터는 아직도 남성·백인 중심"이라며 "치료 관점에서 여성, 유색인종 등에겐 공평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파 사카 란셋 디지털헬스 편집장은 심장병 연구가 남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50대 이하 여성의 사망률이 높지만, 남성 연구자 위주로 연구가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김혜진 GISTER 선임연구원 역시 "네이처 지 연구에 따르면 고령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에 더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편향적 연구로 인해 약물의 효과가 여성에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을 활용한 약물 실험에서도 암컷 개체가 호르몬 불균형 등 이유로 잘 쓰이지 않았으나 최근엔 이런 전제가 깨지고 있다"며 "여성 신체를 반영한 연구가 확대돼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사카 편집장은 여성 과학자의 적극적 참여가 연구 편향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젠더 균형적 연구 관점이 의료·연구계 뿐 아니라 정책 입안에도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AI 기반 치료법이 폭넓게 확산하려면 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유방암 진단 등 일부 분야서 AI의 진단 성능이 인간 의사에 준한다는 연구가 나오지만, 아직 기술 신뢰성이 폭넓게 인정받진 못하는 상황이다.
사카 편집장은 "어떤 환자군을 타기팅한 데이터인지, AI 활용이 연구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규제기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신기술에 다양한 임상 기회를 보장해 주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ego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