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광합성 모방해 석탄 아닌 탄소로 에너지 만든다[미래on]
광합성 원리 착안해 탄소로 에탄올, 메탄올 등 화합물 합성
상용화 위해선 효율 향상 필수…태양광 아닌 적색광 활용하기도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오늘날 '탄소 중립'은 달성해야 할 기술적 목표이자 국제적 규범이다. 일종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이 개념은 4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4~4.4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드하우스 교수의 경고 이후 국제 사회는 탄소 중립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탄소 중립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활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를 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이라 한다.
CCU 기술은 포집한 탄소를 활용해 연료,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을 만든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공 광합성 기술이다.
인공 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 원리에 착안해 포집한 탄소를 포름산, 메탄올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만든다. 광합성은 식물이 태양광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포도당과 산소로 바꾸는 과정이다.
식물의 엽록체는 빛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포도당으로 전환해 탄수화물 형태의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450㎚ 부근의 청색 파장과 650㎚ 부근의 적색 파장을 흡수한다. 출력값으로는 산소를 방출한다.
이 과정을 모방한 인공 광합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광촉매로 빛을 흡수한다. 광촉매는 빛을 흡수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를 가리킨다. 식물로 치면 엽록소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후 광촉매 표면에 생겨난 전자와 수소 이온이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메탄올, 에탄올, 포름산 등 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핵심 과제는 경제성이다.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효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광합성 효율은 최근까지도 상용화에 필요한 10%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KAIST는 인공광합성연구소를 성립해 기술 상용화 방안을 모색한다.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1년 미생물이 고효율 광 나노입자가 빛을 받아 내놓는 전자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우수한 광전도효과를 나타내는 고효율 광 나노입자를 화학적 방법으로 합성했다. 그러고는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 표면에 부착했다. 최종적으로는 광 나노입자를 부착한 미생물이 탄소로 아세트산을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올해 10월 부산을 찾은 페이동 양 UC 버클리대학교 교수는 밤낮없이 가동할 수 있는 인공 광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양 교수는 태양광이 아닌 적색광으로 광합성 효과를 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적색광은 해가 진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만을 이용했을 때 비해 10배 이상의 효율을 낸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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