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보다 편해요"…코딩뿐 아니라 동료 만나는 애플 아카데미
안전한 소통 문화 만들고 '앱 개발 프로젝트'하며 서로 배워
- 김승준 기자
"아들보다 여기서 동료와 소통하는 게 더 편했어요"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이달 포항에서 만난 애플 디벨로퍼(개발자) 아카데미 참여자들은 9개월의 교육 과정에서 '동료'를 만났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애플이 포항공과대학과 힘을 합쳐 세운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참여자를 배우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러너'(Learner)라고 부른다.
요트 항해 중 애플 워치로 바람을 파악하는 '윈드 토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김기우 러너는 원래는 '여의도 증권맨'이었다. 퇴사 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애플 아카데미에 도전했다.
김 러너는 "젊은 분들하고 같이 공부하고 소통도 해야 하는 게 처음에는 겁 났었다"며 "아들 둘이 1998년생과 2000년생인데 아카데미 평균 나이다. 아들하고 소통하는 것보다 여기서 소통하는 게 더 편했다"며 웃었다.
선발 과정에서 나이 제한이 없고 코딩 능력보다 삶의 여정을 중요하게 보는 애플 아카데미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는 입학하면 코딩은 언제 배우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초기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교육이 이뤄진다.
김 러너는 "증권회사는 서로 공격적인 문화가 많은데 서로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서로 기회를 주는 과정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ADHD 아동의 청소 습관 형성을 돕는 서비스를 개발한 조민경 러너는 'CSS 문화'를 이야기했다. 이것은 계속(Continue)했으면 좋겠다, 멈췄으면(Stop) 좋겠다, 시도를 시작(Start)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조 러너는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CSS 화법으로) 말하는 게 불편했지만 겪어보니 아니었다"며 "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돈독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카데미는 이런 개방적 문화를 바탕으로 교육 과정에서 서로 도울 수 있게 운영된다. 정량화된 평가가 없이 개인별, 팀별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영국에서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공부한 이윤지 러너는 "개발자분들과 프로젝트를 하며 어떻게 개발자에게 말해야 하는지 알았다. 어떻게 협업을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된 게 크다"며 "개발자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윤지 러너는 개발자들과 함께 '이너스타'라는 감정 관리 앱을 만들었다. 이 앱은 비전 프로를 활용해 잔잔한 바다에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되돌아볼 수 있게 돕는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올해 출시한 최신 확장현실(XR) 기기다. 아카데미에서는 최신 애플 기기 대여뿐 아니라 기술 지원도 해줘 초보도 XR 개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아카데미 관계자는 "아카데미를 애플이 만든 코딩 스쿨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수료 후에도 언제든지 고향처럼 돌아와 시도할 수 있는 소속감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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