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 짙던 '스팸 문자와의 전쟁'…AI로 전세 역전 노린다

'불법 스팸 방지 종합대책' 발표…체감 효과는 이통사에 달려
이통 3사, AI 필터링 시스템으로 '신종 스팸' 대응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정부가 '불법 스팸 문자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스팸 문자를 완전히 근절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문자 중계사가 보내는 메시지를 원천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스팸 필터링 시스템을 출시하며 '스팸 문자와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 부처는 최근 '불법 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부당이익 환수, 사업자 단속, 발송·수신 차단 강화, 범부처 협력체 구축 등 스팸 문자 생태계 전체를 아우른다.

스팸 문자는 대량으로 전송되고 해외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 발송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차단 효과는 이통사의 필터링과 직결된다.

이통사는 문자 중계사가 보낸 메시지를 지속해서 걸러낸다.

그럼에도 피해는 심각하다. 올해 6월에는 역대 최대치인 4700만 건의 스팸 신고가 접수됐다. 양 부처가 내년 상반기 '단말기 스팸 필터링 서비스'를 출시 계획을 내놓은 이유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통사가 필터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단말기에서 온디바이스(장치 탑재) AI로 최종 필터링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제조사와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서비스로만 차단했던 스팸 문자를 단말기에서 한 번 더 걸러내겠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스팸 필터링의 핵심은 이통사의 스팸 수신 차단이 중요하다. 이통사는 지능형 스팸 차단 서비스로 다양한 기준을 마련해 스팸 문자를 차단한다. 스팸으로 판단되는 문자를 휴대전화 문자 수신함이 아닌 스팸 보관함에 저장해 '전송 완료'로 처리한다.

이렇듯 1차 거름망 역할을 하는 이통사들은 차단 효과를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팸 문자 수와 패턴이 갈수록 다양해져 번호 패턴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SK텔레콤(017670)은 올해 7월 PASS 스팸 필터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사의 본인인증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스팸 차단 기능을 넣었다.

AI를 활용해 지인이나 금융기관 등으로 속여 피싱 범죄를 유도하는 미끼 문자를 사전에 탐지하고 고객에게 알림을 보내는 '미끼 문자 AI 탐지 알림 서비스'도 있다.

KT(030200)는 올해 3월 '인공지능 스팸 수신 차단'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가 받고 싶지 않은 번호나 문구를 기재하면 AI가 해당 번호나 문자를 자동으로 차단한다. KT는 AI 모델에 일평균 150만 건 이상의 스팸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켰다.

LG유플러스(032640)는 9월 '익시 스팸 필터'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의 AI 모델 익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스팸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이 스팸 문자를 받기 전 차단한다.

스팸 메시지 필터링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신유형 스팸 메시지를 탐지한다.

이재성 중앙대 AI 학과 교수는 "키워드 기반이었던 기존 차단 방식은 교묘하게 변형된 문자들을 필터링하지 못한다"며 "AI는 이렇게 변형된 경우를 학습시키면 변형되기 전 문장으로 복원을 해 스팸 필터링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