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싸이월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손엄지의 IT살롱]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의 90%가 싸이월드 이용
SK커뮤→전재완→싸이월드Z→싸이커뮤…싸이월드 내년 재출시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싸이월드는 2002년 말 프리챌 유료화의 반사이익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당시 싸이월드는 '언제나 무료'라는 구호를 내걸고 1000만 명이 넘던 프리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대학원생이 만든 영세한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싸이월드는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2003년 네이트온과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
대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은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형성하며 3200만 명의 회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의 약 90%에 달하는 수치였다.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던 유료 아이템 '도토리'는 디지털 경제 모델의 선구적 사례로 평가된다. 도토리는 미니홈피를 꾸미는 음악, 미니미 스킨(옷) 등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싸이월드의 전성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에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모바일에 맞는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페이스북, 트위터에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했다.
싸이월드가 지나치게 수익 창출에 나선다는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싸이월드는 구매한 음원을 MP3 파일로 다운받지 못하게 했고 미니미 스킨 가격은 점차 비싸졌다.
게다가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사용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이 때문에 사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탈이 가속화됐다.
아이러니하게 2016년 싸이월드는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씨에게 인수돼 명맥을 유지했다. 2019년에는 전 씨가 국세청에 사업자 폐업 신고를 하면서 싸이월드는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구세주가 등장했다. 2021년 새로운 주인 싸이월드제트(Z)가 전 씨로부터 10억 원에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싸이월드제트는 미니홈피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오픈 일정을 2021년 7월, 11월, 12월로 미루다가 2022년 4월에야 오픈을 했는데 동영상, 다이어리 등 주요 게시글 대부분이 복구되지 않아 원성을 샀다.
계속된 출시 지연과 기술적 한계, 그리고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명확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장 반응은 식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싸이월드는 또다시 서비스를 멈췄다.
2024년 11월 싸이월드의 새로운 주인이 또 나타났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다. 싸이월드 사업권과 자산 인수를 마무리하고 내년 중 싸이월드를 재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싸이월드의 흥망성쇠는 혁신 없이 과거의 영광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정보기술(IT)의 세계를 보여준다. 과도한 수익추구는 이용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도 남겼다.
싸이월드제트와 달리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과거 다음,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을 성장시킨 주요 인력들이 중심이다. 싸이월드 브랜드 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이들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기대가 모인다.
e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