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美 중간에 선 'AI 기본법'…"규제보다 진흥에 초점둬야"
EU처럼 사전 금지된 AI 명시하지 않고 유연한 운영에 방점
美은 AI 규제 완화 움직임…日 비규제 움직임으로 전환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한국의 '인공지능(AI) 기본법'은 유럽연합(EU)의 'AI 규제법'(AI Act)보다는 규제가 약하지만 미국의 규제 완화 정책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AI 기본법이 부작용 없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둔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 기본법은 EU보다는 덜 규제적인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EU AI 규제법은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허용 불가', '고위험', '제한적 위험', '저위험' 네 가지로 분류해 각 카테고리에 맞는 세부 규제를 두고 있다.
특히 '고위험 AI'는 생체인식, 의료 등 민감한 분야에서 엄격한 안전성 검증과 데이터 관리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높은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고위험 AI'라는 용어 대신 '고영향 AI'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고위험'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피하면서도 책임 있는 사용을 요구하려는 취지다.
또 EU AI 규제법처럼 사전 금지된 AI를 명시하지 않고, 정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은 오히려 규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는 미국은 '자국 기술 우선주의' 기조를 더욱 강화하며 규제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
와쿠이 마사코 교토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AI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일본은 현재로서는 비규제, 공동 규제, 연성법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한국이 AI 규제 강도를 높이면 미국 빅테크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규제가 느슨해질 경우 기술 남용과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해야 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은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AI 관련 세제혜택을 강화해 AI 기술의 연구와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AI 기본법은 AI 연구개발에 쓰인 비용과 AI 기술 개발 기업에 투자 시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향후 지원 범위와 규모는 구체화해 갈 예정이다.
AI 기본법은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에도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 EU 역시 AI 규제법을 2023년 시행한 이후에 70개 정도의 하위 법령을 만들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AI 기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국회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후속 입법과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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