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대로 기록할래"…온라인 일기 쓰는 MZ세대

'텍스트힙' 열풍에 블로그 이용자 증가·'블로그 챌린지'도 가세
"글이 가진 강점의 영향…과시나 자극 없이 솔직하게 감정 표현"

(티스토리 홈페이지 '오블완 챌린지' 안내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비교적 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인 블로그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재유행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텍스트 힙'(독서나 글쓰기를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 열풍이 불면서 소탈한 일상을 기록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28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네이버 블로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92만 명이다. 2021년(235만 명)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035420)는 2020년을 기점으로 블로그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량이 급증했고, 방문자 수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올해 월평균 블로그 창작자(월 1회 이상 글을 쓴 이용자) 수는 30%, 방문자 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035720)의 티스토리 역시 최근 2년간 이용자 수가 2배가량 늘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2021년 8만 5000명이었던 MAU는 꾸준히 증가해 이달 16만 명을 넘겼다.

기존에는 블로그 콘텐츠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정보성 게시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MZ세대가 블로그 앱을 '온라인 일기장'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앱 사용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년간 네이버 블로그 홈에서 '블챌'(블로그 챌린지)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은 약 38만 건이다. 사용자들은 여행, 요리, 운동, 생각 등 다양한 주제로 일기를 작성했다.

각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챌린지도 힘을 실었다. MZ세대와 친숙한 챌린지 방식으로 블로그 작성을 독려함으로써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2022년 주간일기 챌린지, 지난해 체크인 챌린지에 이어 올해 포토덤프 챌린지를 실시했다. 블로그 챌린지는 꾸준히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리는 등 임무를 수행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올해 포토덤프 챌린지 참여자는 66만 명(일상·스페셜 중복 제외), 참여 글은 330만 개다. 지난해 체크인 챌린지(참여자 54만 명, 참여 글 230만 개)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2년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 안내 화면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블로그 열풍을 두고 텍스트만의 강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직관적이고 자극이 큰 대신 심층적인 감정이나 복잡한 맥락을 담기 힘들다. 특히 시각적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그간 느꼈던 피로감을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를 통해 해소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과시를 위해 연출된 경우가 많다"면서 "피상적인 콘텐츠에 지친 이용자들이 글을 쓰며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욕구"라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로그는 분량 제한이 없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피로감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와 이웃을 맺으며 소통하고 과장되지 않은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