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웹툰 퐁퐁남 놓고 자율규제위 논의도 없었다…위원장은 사퇴

2022년·2023년 5차 회의까지 진행…올해 공개된 회의록은 '0'건
대형 플랫폼사가 자체 시스템 만들어…"새로운 자율규제 필요"

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 표지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웹툰 자율규제를 위해 탄생한 '웹툰 자율규제위원회'(이하 자율규제위)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웹툰 '이세계 퐁퐁남'을 둔 남녀 인식차이로 사회적 갈등은 깊어지는데 혐오로 볼 수 있는지 등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율규제위원장은 사퇴까지 했다.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인하 웹툰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인 홍난지 전 위원장이 2020년부터 3년간 자율규제위를 끌어왔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사퇴는 이례적이다. 현재 위원장직은 공석이다.

올해 자율규제위 회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위는 홈페이지에 회의 내용을 공개해 왔는데 올해 게시글은 하나도 없다.

웹툰 자율규제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21년에는 6차례 회의 내용이 공개되어 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게시글은 2023년 12월 11일이다.

자율규제위 회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 협약사 등에서 추천한 8명의 위원이 접수된 민원을 판단하고 검토 의견을 플랫폼사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자율규제위를 사실상 관리하는 한국만화가협회는 물론 방심위도 위원장 선임, 회의 유무 등과 관련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율규제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가 맺은 웹툰 자율규제협력 업무 협약을 기반으로 2017년 출범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웹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정과 책임은 플랫폼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규제위 협약사는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미스터블루 등 5곳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10개 사에서 이마저도 줄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이렇다 보니 방심위에 접수된 '웹툰 민원'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는 자율규제위에 민원을 이첩하고 자율규제를 맡기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웹툰 관련 민원 49건 중 71%인 35건이 '해당없음'으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율규제위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대형 웹툰 플랫폼사는 스스로 규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이세계 퐁퐁남' 논란 이후 만화 산업, 창작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자문위원회를 마련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대부분의 작품을 CP사(작품 발행처)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CP사 자체 검수 후 내부 유관 부서에서 검수와 심의를 진행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위의 관련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심위인데 자율규제위를 방치해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면서 "새로운 업계 자율 규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