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상암 집 둘러본다"…기업들 '비전 프로' 속속 도입
500만원 육박하는 가격에 개인 소비자는 구매 '멈칫'
부동산 임장, 원격 진료 등 '입체적 경험' 필요 분야 활용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애플의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는 가상현실(VR)을 수준 높게 구현한다. 하지만 고가의 가격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리고 있다. 반면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국내외 기업들은 생생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비전 프로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 비전 프로의 2024년도 1, 2분기 판매량은 17만 대로 예상 판매량인 30만~40만 대에 못 미쳤다.
비전 프로를 직접 체험한 소비자들은 그 기능에 감탄하면서도 구매는 망설였다. 비전 프로 국내 출시일인 15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방문객 대부분은 비전 프로를 '신세계'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구매 의사를 묻자 대부분 가격이 비싸 망설여진다고 답했다.
비전 프로의 장점은 정교한 VR 구현과 직관적인 조작법 등이다. '공간 컴퓨터'를 표방하는 비전 프로는 컴퓨터 화면으로 한정됐던 업무 환경을 현실 공간으로 확장한다.
몰입형 비디오(Immersive Video) 등의 기술로 VR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화면을 응시한 뒤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모아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할 수도 있다.
기능적 장점에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기업은 비전 프로를 활용해 소비자와 업계 종사자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이달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4'에서 애플 비전 프로를 활용한 'VR 단지 투어'를 선보였다.
부동산 VR 투어는 네이버페이 부동산의 '원격 임장' 서비스다. 소비자는 집안 풍경을 VR로 확인할 수 있다. 현실의 객체를 가상 세계에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했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양손으로 시야를 확대·축소할 수 있다. 멀리서 아파트 단지 전체를 조망하거나 집 안 구석구석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른 일조량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송파 헬리오시티, 상암 DMC 래미안 등을 VR로 둘러볼 수 있다.
해외에선 비전 프로를 의료 분야에 사용하고 있다. 의료분야 관리 전문업체 테브라(Tebra)는 올해 2월 의료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비전 프로 활용 의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절반가량(48%)이 비전 프로를 원격 의료, 의료 교육 등 용도로 사용하는 데에 찬성했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은 비전 프로용 '시라노헬스(CyranoHealth)' 앱을 선보였다. 의료인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앱을 실행하면 다양한 수술 상황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진단 영상 분야 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비전 프로용 '시네마틱 리얼리티(Cinematic Reality)' 앱을 개발했다. 환자는 엑스레이, MRI 등 의료 장비를 가상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다. 의료인은 수술 과정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김도헌 대림대 겸임교수는 "국내 의료계에서도 VR 장비를 활용해 간접 경험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입체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며 "이번에 출시된 비전 프로는 현재 VR의 대부분 단점을 개선했기에 공연 관람, 모델 하우스 체험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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