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분석·암치료제 제작" 팔방미인 연구로 '하나로'
"중성자, 투과율 높고 물성 변화시켜…고품질 반도체 제작"
"체코원전 핵연료도 실험했으면…사용 후 핵연료 저장기한 13년"
- 윤주영 기자
(대전=뉴스1) 윤주영 기자 = 14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본원에선 12m 높이 원통형 수조에 잠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볼 수 있었다. 마침 연구원 두 명이 수조 주변에서 분주하게 중성자 영상분석 결과를 살피고 있었다.
신진원 원자력연 하나로운영부장은 "원자로에서 방출되는 중성자는 X선보다 투과율이 높아 금속이나 전자부품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하나로는 원전처럼 우라늄 핵분열 반응을 동력원으로 쓰지만, 열에너지가 아닌 중성자를 취하는 게 목표다. 중성자가 물성 변경, 물질 투과 등 실험에 쓰일 수 있어서다. 이에 하나로는 일종의 첨단 소재 연구개발(R&D) 플랫폼처럼 활용된다.
하나로가 담긴 12m 높이 원통형 수조에서는 하단 수평실험공 7개를 통해 중성자 및 시료가 빠져나온다. 이는 중성자 영상장치, 고분해능분말회절장치, 냉중성자 유도관 등 각종 실험장비로 이동한다.
신 부장은 "시료를 하나로 중심으로 밀어 넣어 중성자를 쬐게 하는 수직실험공 36개가 있어 한 번에 많은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로는 실험에 그치지 않고 각종 첨단 물질도 생산하고 있다. 소아암 치료 등에 쓰이는 동위원소 의약품이 대표적이다.
이날은 중성자를 쬔 뒤 수조에서 열을 식히고 있는 실리콘 단결정(잉곳)도 볼 수 있었다. 고온·고전압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들이다.
중성자를 쐰 실리콘 원자핵 중 극미량은 인(P)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공정을 '도핑'이라고 한다. 도핑은 기존 화학 공정보다 인을 고르게 분포시키는 장점이 있어 재료의 전기적 특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신 부장은 하나로의 실험공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최근 수출 계약을 맺은 체코 원전에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써야 하는데, 핵연료 역시 연구로를 통한 재료 시험을 거쳐야 한다"며 "기존 실험공은 모두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어 새 실험공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항성 핵연료는 가압 조건에서도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고온·고압을 줄 수 있는 연구로가 없다"며 "하나로와 같은 개방수조형 연구로 말고도 새 연구로가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 후 핵연료의 포화 문제도 있다. 신 부장에 따르면 현재 용량은 50% 정도 남았다.
그는 "(1년에) 168일을 가동할 경우 약 13년 뒤 수조가 꽉 차게 된다"며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해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 후 핵연료를 더 빽빽하게 담을 수 있는 보관틀(조밀랙)을 만들어 사용 기한을 늘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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