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나앱이 카카오의 넥스트스텝 될까?[손엄지의 IT살롱]
'제2의 나'를 만들어주는 카나나앱…나와 대화하면서 나를 학습
스케쥴 관리부터 정서적 대화까지…누구나 사용가능한 AI 앱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카카오(035720)가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청사진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카카오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린 사흘간 4.9% 하락한 주가가 증거다. AI와 관련해 시장이 기대하던 새로운 내용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콘퍼런스를 유심히 들어본 결과 실패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 하락은 카카오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단순한 실망감 반영일 지도 모른다. 카카오의 핵심 AI 사업인 '카나나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될 2025년에 재평가받을 수 있다.
카나나앱은 카카오톡의 AI 버전이다. 카나나앱에는 '제2의 나'가 있다. 2020년부터 에스파가 말한 또 다른 자아인 'ae'가 우리에게도 생기는 셈이다. 카나나는 '나'와 대화하면서 나를 학습하고, 간단한 업무는 대신해서 해주기도 할 거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용도는 '스케줄 관리'다. 우리는 카카오톡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약속을 잡는다. 어느 날 "오늘 만나는 거 맞지?"라는 연락에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을 거다. 과거 대화를 뒤져보면 약속을 잡은 게 맞는데 달력에 적어두지 않아서다.
카나나앱은 지인과의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스케줄을 정리해 놓는다. 그리고 "이번 주 약속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모든 사람과 대화 내용을 훑어 'A와 10일 오후 6시 홍대', 'B와 12일 오후 2시 압구정'이라고 알려주게 된다.
지금도 '나와의 채팅'을 메모장으로 쓰는 사람에게 카나나앱은 더 유용할 것이다. 프로젝트 마감일을 적어두면 근접한 시기에 카나나앱이 알려준다. 중요한 시험을 끝내고 나서는 제일 먼저 위로와 응원을 건네주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처음엔 카카오톡과 별도의 앱을 만든다는 게 별로라고 생각했다. 카카오톡처럼 훌륭한 또 다른 광고판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여겨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카나나앱은 카카오톡과 별도로 분리되는 게 맞았다.
카나나앱은 친구 관계를 허락한 지인끼리만 대화할 수 있다. 모든 대화는 초대장을 수락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대화방에 초대되는 일도 없다. 기업 광고 메시지도 당연히 없다. 카나나앱에서는 영양가있는 대화만 이뤄지는 구조다.
카카오의 본질은 애초부터 '최초'가 아니었다. 혁신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든 게 카카오가 성공한 이유다. 과거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사진과 영상을 주고받고, 영상통화를 했다. 이제는 선물도 모바일로 주고받는 시대다. 카카오는 혁명인지도 모르게 사람들의 삶을 바꿔놨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AI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일상에 파고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 전략으로 삼았다. AI가 스케쥴을 관리해 주고,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고, 나를 대신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혁명의 시대를 애써 공부하지 않아도 카나나앱이 적응하게 해줄 것이다.
AI 활용 격차가 없는 세상을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다.
e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