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고성·막말' 사라진 과방위…현안 질의로 꽉 채웠다

끼어들기·막말 없이 평온한 국감…여야 농담 건네며 화기애애
구글 우월적 지위, 윤정부 R&D 예산 삭감 등 과학 질의 집중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0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김승준 윤주영 김민재 신은빈 기자 = 국정감사 이틀째에 접어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8일 정쟁이 사라졌다. 전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싸고 여야 고성이 끊이지 않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 이날 현안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는 기류가 두드러졌다.

전날 의원의 질의·의사진행 발언 시간에 서로 끼어들고 "반말하지 말라"는 등 막말을 일삼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의원들 사이에 농담을 건네고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역 고려 추가 발언 보장'에…여야 "나도 발언 더 달라" 너도나도 농담

과방위 국감 둘째 날인 8일 여야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통상 상대 당 의원들의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 신청하는 의사진행 발언 또한 딱 농담을 건네기 위해 한 번 나왔다.

과방위 행정실에서는 지역구 권역 근처로 국정감사 출장을 나오게 되면, 해당 지역구에 속한 의원들에게 추가 질의 시간을 주는 게 관례라는 의견이 나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제가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서울에 전화해서 여쭤봤더니 그런 관례가 있다고 한다"라며 "(대전 유성구을 지역구인) 황정아 의원께는 5분 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10분 쓰십시오"라고 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의 있습니다"라는 장난 섞인 항의가 나왔고, 의원과 보좌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첫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지역에서 국감을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구에 넉넉한 시간을 주시는 거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감을 다시 하게 되면 서울 광진 갑인 저를 비롯한 서울 지역구인 의원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시기 바란다"라고 농담했다.

여당 측에서도 너스레 섞인 핀잔이 나왔다. 비례대표라 지역구가 없는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그럼 저희가 불리한 것 같다"고,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이 "비례도 (추가 시간) 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여야 의원 간 폭소가 나왔다.

R&D 관련 "졸속 삭감의 표본" 우려…구글코리아에는 여야 넘어 경고도

이날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쟁점성 질의 대신 현안에 집중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된 R&D 예산 관련 검증이 이어졌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삭감된 국립전파연구원 R&D 과제가 2025년도 예산에서는 이름만 바뀌어서 부활한 것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R&D 삭감이 진행되며 전파 연구가 전액 삭감됐다. 올해는 전액 삭감돼 올해는 다양한 행정적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최소한의 기본 연구만 해왔다"며 "2025년도 예산에는 또다시 다른 명목으로 예산안이 편성됐다. 졸속 삭감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삭감 후 대폭 늘어난 글로벌 R&D 투자의 부실 우려를 제기했다. 글로벌 R&D 예산은 2023년 5075억 원, 2024년 1조 8167억 원에 이어 2025년 정부안 기준 2조 1000억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의원은 "2008년에 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글로벌 R&D를 했는데 수준 미달의 해외 학자들이 R&D 예산을 가져가서 우리나라 글로벌 R&D 예산이 눈먼 돈으로 인식됐다"고 주장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대형 R&D 과제 관리가 허술해 카르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구글코리아의 시장 지위 남용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코리아 김경훈 사장을 상대로 "구글스토어 인앱 결제로 국내 기업에게서 높은 수수료로 돈을 강탈해 가고 정작 세금은 내지 않는 이런 행위가 온당하냐"라며 "아무것도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것도 없고 답은 애매하기만 하고 법무법인에서 그렇게 시키던가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 존 리 이사장님은 못들은 척 하시거나 통역을 쓰면서 시간이라도 끄셨다"라며 "어제처럼 국감에서 비웃고 그러시면 본사에서 싫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구글은 연간 6000만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한국에서 기후위기에 중요한 요소다. 구글과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40%를 차지한다"라며 "그러면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데 내는 세금은 극히 제한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글로벌에서 어떻게 보면 독점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독점에 대한 방지나 여러가지 우월적 지위에 대해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라며 "본인들이 유발하는 그 비용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할 준비를 하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