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 카카오와 김범수의 'SM 시세조종' 재판[손엄지의 IT살롱]
검찰 증거 2270개 제출…재판부 "증거 500개 이내도 줄여달라"
원아시아와 공모한 증거는 나오지 않아…검찰의 '무리한 기소'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M엔터테인먼트(041510)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035720)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이 연장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아야 한다. 보여주기식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17일 김 위원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달 22일 서울남부지법은 영장실질심사를 열어 다음날인 23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8일 김 위원장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이달 19일 법원의 구속기간갱신결정으로 구속 기간을 오는 11월까지 연장했다.
이달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이 사건에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2270개에 달했다. 재판부는 불필요하고 중복된 증거는 제외하고 가급적 500개 이내로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증거 제출이 너무 많아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위원장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통상 구속 피고인이 입는 '수의'가 아닌 '검은색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무죄를 피력하는 모습이었다.
공판 내용에서도 김 위원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일부터 28일까지 확보한 SM엔터 지분이 합계 8.16%로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5%룰) 의무가 있음에도 원아시아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숨긴 채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범수 측 변호인은 배 전 대표와 SM엔터 주식 매입을 논의한 피고인(김범수)이 장내매수가 인위적 주가 조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또 5%룰은 본인과 공동 보유 관계가 성립하는 자와 합해 5% 이상 보유해야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아시아 매수 자체를 알지 못한 피고인은 공동 보유 관계를 인지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는 주식대량보유보고 의무(5%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을 매수하는 일에 동의했지만 '인위적 주가 조작' 등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변호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변호인은 이번 기소가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이 언제,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는지 등은 드러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와 양측의 사건 관련 쟁점을 정리한다.
e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