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플랫폼 규제…전문가들 "토종 플랫폼 역차별·위헌 요소"

"플랫폼법·사전지정제 포기는 다행…토종 역차별 문제는 여전"
"매출액조차 공개 않는 외국계, 토종기업만 국내법 100% 적용"

ⓒ News1 DB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 대신 기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면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지정'해 규율하겠단 기존 방침도 '사후추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학계와 플랫폼업계 전문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사전지정이든 사후추정이든 외국계 플랫폼 기업들은 규율대상에서 빠져나가고 네카오(네이버·카카오) 등 토종기업만 옥죄이는 법으로 적용되는 건 마찬가지란 이유다.

공정위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일 경우 해당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플랫폼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3개 이하 회사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일 경우에도 지배적 사업자로 사후 추정하기로 했다. 다만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계열사 포함)이 4조 원 미만 시 지배적 플랫폼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개정 공정거래법상 지배적플랫폼 여부 관련 입증 책임을 기업에게 부여하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계 플랫폼 경우 사후추정한다고 해도 이용자 수 집계, 시장 점유율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이사회 의장·정책위원장)는 "사업자가 (지배적사업자 여부를) 입증하려면 시장조사를 직접 해야 하는데 기업에 그러한 권한과 역량이 있겠느냐"며 "입증 책임의 전환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어떻게 획정할 것인가인데 사전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말이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면서 "플랫폼을 새로 제정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고 전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 · 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방향에 대한 당정협의 최종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 입장하고 있다.2024.9.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도 국내 플랫폼 역차별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의 매출액과 점유율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 집계·추정한다고 해도 외국계 기업들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EU(유럽연합)가 글로벌 빅테크(애플·구글·메타 등)의 불법 콘텐츠 확산 등을 막고자 DSA(디지털서비스법) 등을 도입할 때 텔레그램이 지정기업 목록에서 빠진 점을 예시로 들었다.

EU는 지난해 8월 DSA를 도입하며 EU 내 월간 이용자 수 4500만명 이상 플랫폼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지정해 엄격한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텔레그램은 DSA 시행 초기 EU 내 월간 이용자 수가 4100만 명이라고 보고해 VLOP 지정을 피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는 외국계 플랫폼은 국제법상 '상호 호혜주의'라는 국내법 대비 상위 개념의 보호를 받고 있어 국내법 강화 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상호 호혜주의를 고려하다보면 토종 플랫폼만 국내법 규제를 100% 적용받지만 외국계 플랫폼은 원천적으로 빠져나가는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 규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 규율체계와의 일관성·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전 지정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후 추정 방식을 도입한다"며 "이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사건 처리 시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