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과 라인사태로 보는 일본 기업 이중성[기자의눈]
日, US스틸 인수 안보 우려에 "동맹국이기 때문에 걱정 없어"
US스틸 이사회 구성 양보…손해 보는 환경 아냐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믿음이 없으면 불안하다. 남녀 관계가 그렇고 거래도 신뢰가 중요하다. 무너진 믿음은 파국의 충분조건이다. 필요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는 사람을 우린 믿지 않는다. 신뢰와 파국은 언행에 맞닿아있다.
US스틸 인수전과 라인야후 사태는 서로 무관한 사안이나 일본 기업들 언행이 앞뒤가 맞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라인야후 사태를 지켜본 뒤 생긴 혼자만의 편견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군수물자 핵심인 자국 철강 산업을 일본에 넘겨줄 수 없다고 보고 US스틸 매각 불가 방침을 세웠다. 그러자 일본제철은 동맹을 호소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굳건한 우방 간 거래여서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논리다.
올해 초 라인야후에서 네이버 퇴출을 종용한 일본 역시 안보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국이다.
일본제철 논리가 옳다면 일본의 디지털화 촉진을 위해서라도 동맹국 기업인 네이버 기여와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 주장이 180도 다르다.
다른 기업들 목소리지만 어쨌든 일본과의 거래다.
거래를 이끌어내고자 양보 전략을 취한 일본 기업 속내에 철저한 계산이 깔렸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 우려를 달래고자 US스틸 이사회 구성에 과반 이상을 미국 국적으로 채워도 된다고 제안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50%씩 출자해 라인야후(모회사 A홀딩스)를 설립할 당시 A홀딩스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3명은 소프트뱅크 측 인사였다.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가 양보했던 때와 표면상으로는 비슷해 보이긴 한다. 그런데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을 전량 매입해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 구조에서는 미국 국적 이사진을 더 둬도 지배력에 문제가 없다.
일본제철 전략 기저에 손해보는 환경이 아니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가 안보를 우려하는 건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테마에(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와 혼네(속마음)가 다른 일본 문화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아니다. 혼자만의 편견일 가능성도 열어둔다. 다만 이런 편견이 많은 사람에게 쌓이면 인간관계처럼 기업 간 거래에서도 파국의 단초가 될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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