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천리안, 39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손엄지의 IT살롱]

1990~2000년대 초반, 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과 4대 PC통신사
1999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으로 PC통신 인기 감소

천리안 광고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1985년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역사를 바꾼 사건이 나타났다. LG데이콤의 전신인 한국데이타통신이 대한민국 최초의 비디오텍스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비디오텍스란 초기의 정보 제공 시스템으로 공항과 호텔 등에서 단말기를 통해 외국인에게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천리안이라는 이름은 1986년에 정식으로 채택됐고,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단말기를 보급했다.

천리안은 1990~2000년대 초반까지 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등과 함께 4대 PC통신사로서 국내 PC통신 시장을 이끌었다.

주요 서비스는 뉴스, 전자우편, 동호회 활동 등이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PC통신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비싼 통신료와 단말기 가격, 열악한 인프라로 초기 이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전화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PC통신을 하고 있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이 매겨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줄임말을 쓰며 통신료를 최대한 아끼려고 했다. '방가방가'(안녕하세요), '중딩'(중학생), '담탱'(담임선생님) 등이 이때 등장한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컴퓨터 보급과 함께 천리안도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1994년에는 유료 이용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며 PC통신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1997년에는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1999년부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PC통신의 인기는 급격히 감소했다. 정액제가 적용된 초고속 인터넷은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해도 요금 폭탄을 맞을 리 없었고, 속도는 훨씬 빨랐다.

인터넷을 한다고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네이버와 다음은 초고속 인터넷에 맞는 웹 기반 포털 서비스를 내놓으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PC통신사들도 뒤늦게 웹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2022년 6월 유니텔이 서비스를 종료하며 천리안은 국내 PC통신 서비스의 마지막 주자로 남았다.

2024년, 천리안은 마침내 39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천리안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 많은 이들에게 천리안은 단순한 PC통신 서비스가 아니었다. 정보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수많은 인연과 추억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다.

천리안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가치가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동시에 소통의 기쁨을 느끼게 해줬다.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지만, 천리안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정보화 사회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