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모델 참고한 플랫폼 법…韓 생태계에는 역효과 왜?
[규제가 능사? 플랫폼법 쟁점은③]자생 플랫폼 기업 적은 유럽 '시장 보호 효과'
IT 강국 韓은 규제보다 육성에 방점 둬야…규제가 소비자 후생 감소 원인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과 한국 정부가 추진하던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 법)은 같은 사전규제지만 환경이 다르다.
이미 해외 거대 플랫폼에 잠식당한 유럽은 이들 기업을 통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반면 자생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된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친 사전규제가 국내 산업 경쟁력 반감의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유럽법안을 참고하다가 자칫 해외 기업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법 추진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유럽의 DMA에 대비해 구글, 애플 등 규제 대상 빅테크 기업들은 유럽 약관을 수정하는 등 대응 조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한 서비스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타 서비스의 맞춤 추천, 서비스 유지·보수·개발 등에 활용해 왔다.
이같은 방식이 유럽 지역의 플랫폼 잠식 심화의 원인으로 본 유럽연합은 사용자가 데이터의 다른 서비스 활용을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가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가 발생할 때 작동하는 사후 규제라면 DMA는 지정 기업의 시장 장악을 견제하는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하다. EU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6곳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역내에 존재감 있는 플랫폼 기업이 없는 EU 입장에서 DMA는 미국 플랫폼 기업의 독주를 막고자 제정한 규제다. 독일 스타트업 협회는 DMA 논의가 이뤄지던 2022년 도입 환영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에 뿌리를 둔 회사기 때문에 미국 의회 및 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는 반발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검토 방침을 밝힌 '플랫폼 법'도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통한 통제라는 점에서 사전 규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유럽은 플랫폼 생태계 환경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자생 플랫폼 기업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역내 기업 보호 효과가 나오는 DMA와 달리 한국에서는 국내 기업이 규제의 덫에 잡힐 우려가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현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 소비자보호법학회 부회장)는 "(플랫폼 법은) 국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소비자들의 후생을 감소시킬 우려가 크다"며 "지금은 소수의 대규모 플랫폼이 적용 대상이지만 앞으로 많은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들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플랫폼의 영역에서도 많은 혁신을 이루어 왔고 자국 내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세와 규제를 피해 온 해외 빅테크와의 불공정 경쟁 등 형평성 문제 해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구글의 검색 서비스 등 자사 서비스 선탑재에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가 2016년 재조사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사이 구글은 국내 점유율을 대폭 늘렸다"며 "해외 빅테크와 국내 기업의 형평성 문제가 남아있어서 플랫폼 법이 재검토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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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가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또 다시 규제 잣대를 꺼내들었다. 선도 기업의 독과점을 사전 예방하겠다는 건데 과도한 이중 규제로 국내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 플랫폼이 위축되면 숏폼 중독, 가짜뉴스, 정보보호 미비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글로벌 빅테크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토종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