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에 '종속'된 지 오래"…국내 플랫폼 현실은 '벼랑 끝'

[규제가 능사? 플랫폼법 쟁점은②]'플랫폼 법' 강행, 경쟁력 저하 노심초사
"전세계 플랫폼 서비스 美中에 종속된 지 오래"

편집자주 ...정부가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또 다시 규제 잣대를 꺼내들었다. 선도 기업의 독과점을 사전 예방하겠다는 건데 과도한 이중 규제로 국내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 플랫폼이 위축되면 숏폼 중독, 가짜뉴스, 정보보호 미비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글로벌 빅테크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토종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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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 법)으로 미·중 빅테크 기업 종속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뉴스·소셜 네트워크 등 플랫폼 주요 서비스들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 서비스보다 앞서나가고 있는데, 국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플랫폼 법이 성장 동력을 갉아 먹을 수 있어서다.

4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설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사용자 수 기준 플랫폼들의 주요 서비스인 뉴스·소셜네트워크·엔터테인먼트 부문의 1~2위는 모두 해외 플랫폼이 차지했다.

뉴스 부문에서는 구글 뉴스가 국내 점유율의 20.95%를 차지했다. 국내 뉴스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조선일보' 애플리케이션 점유율은 10.07%로 구글 뉴스의 절반에 불과했다.

소셜네트워크 부문에서도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이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튜브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점유율은 약 95.20%에 달했다.

앱의 인기 척도를 갈음할 수 있는 '신규 설치 건'에서도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Temu)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테무의 지난 1월 신규 설치 건수는 222만 건으로 2위 쿠팡플레이의 96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중 빅테크들의 시장 지배력은 올라가는데, 국내 플랫폼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압도적인 자원과 시장 규모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종속'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전 세계 검색·메신저·커머스까지 미국과 중국 소수 플랫폼에 종속된 지 오래"라며 "인공지능(AI)이라는 신분야까지 미국의 일부 테크 기업에 종속될 길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절박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가 글로벌 빅테크 대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부문도 격차가 좁혀지는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B2C(Business to consumer)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톡은 이번 달 초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유튜브에 밀렸다. 통계 집계 이래 줄곧 1위였는데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MAU뿐 아니라 총사용 시간도 유튜브(19억4918시간)가 카카오톡(5억5308억시간)으로 약 세 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빅데이터 등 신규 사업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점유율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이 넘보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법 도입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국내 기업들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