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서 철퇴 맞은 애플 '인앱 결제'…국내선 배짱 영업
최초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에도 국내 제재 시점 안갯속
공정위 '플랫폼법' 美 우려에 제재 수위 높이기도 어려워
- 박소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애플이 3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애플리케이션마켓인 '앱스토어' 정책을 크게 바꾼다.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마켓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인앱 결제 외 외부 결제 시스템도 허용한다.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주요국서 철퇴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만든 한국에선 당장 애플의 배짱 영업을 막을 길이 요원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의 갑질에 20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검토 중이나 한국 앱스토어 정책이 언제 바뀔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미국 대법원은 애플 앱스토어 결제 방식을 둘러싸고 애플과 게임 '포트나이트' 운영사인 에픽게임즈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애플 수수료를 피하고자 앱스토어를 우회해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애플은 약관 위반이라며 에픽게임즈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2020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대법원은 애플의 앱스토어 외부 결제 금지가 반독점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하급심 판결을 인정한 것이다.
선고 이후 애플은 미국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개발사는 사용자를 앱 외부로 안내하는 버튼·링크를 추가할 수 있게 됐고, 미국 내 앱스토어 개발사의 수수료율 또한 3%포인트(p) 내렸다.
애플은 유럽에서도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을 다른 앱 마켓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앱 개발자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체 결제 시스템도 제공하기로 했다.
애플의 갑질 관련 제재는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졌는데 실질적인 성과는 해외에서 먼저 나고 있다.
2021년 9월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국내 관련 사업 연 매출의 최고 2%를 과징금으로 물리도록 했다. 애플은 국내법을 준수한다며 제3자 결제를 허용했는데, 수수료율을 인앱 결제(30%)보다 소폭 낮은 26%로 책정해 사실상 법망을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무 부처인 방통위 제재도 녹록지 않다. 방통위는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 등 부당행위를 조사, 애플의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 지난해 10월 과징금 205억원과 시정조치 추진을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달 말 방통위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심의·의결을 거쳐 과징금을 확정한다. 다만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현재 '2인 체제'(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로 운영되는 게 걸림돌이다. 방통위 안팎서 2인이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새 방통위원 위촉도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플랫폼 자율규제 등 현안도 쌓여 있어 앱 마켓 이슈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통위 제재가 지연되는 사이 국내 게임 개발사·콘텐츠 제공사들의 인앱 결제 수수료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MOIBA)는 2022년 기준 국내 모바일 앱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지급한 수수료를 4430억원으로 추정했다.
방통위가 제재를 서두르더라도 한국 앱스토어 정책이 언제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한 결제 방식 강제 행위에 국내 관련 사업 연 매출의 최고 2%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하지만 이는 DMA의 제재 수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이 이의 제기를 하거나 행정소송을 걸면 제재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MA와 유사한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측이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라 무작정 제재 수위를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재 수위를 높이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 정비가 늦어지면 국내 게임 개발사·콘텐츠 제공사들의 인앱 결제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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