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46조원 기업 카카오의 '성장통'…자율에서 책임으로[손엄지의 IT살롱]
김범수 창업주, 삼성SDS 입사→한게임 창업→카카오 창업
포털 다음과 합병후 3000명이 일하는 회사…성장통 극복하는 중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시가총액 23조원. 그룹 시총 46조원. 카카오(035720)는 한때 네이버(035420)도 넘어서며 코스피 시총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카카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다. 오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재수할 당시 혈서를 썼을 정도로 간절하게 공부했다.
서울대학교 학사, 석사를 끝낸 김 센터장은 삼성SDS(018260)에 입사해 PC통신 유니텔을 만들었다. 그러다 IMF가 터진 1998년 돌연 회사를 퇴사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서기로 한다. PC 통신이라는 변화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만든 회사가 한게임이다. PC 통신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다운을 받지 않고도 로그인 방식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PC방에 본인이 만든 관리프로그램을 무료로 설치해주는 대신 한게임이 자동실행 되도록 옵션을 넣어 사업을 확장했다.
2000년 네이버와 인연이 시작된다. 당시 네이버는 다음과 야후에 밀린 국내 4~5위 검색 사업자였다. 삼성 사내 벤처였던 만큼 현금은 많았지만 확장성에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던 한게임과 합병을 모색했다.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쳐져 NHN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 창업주는 지분을 매각한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가족과 남은 인생을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창업을 또다시 결심하게 된다. 역동적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변화를 지켜보며 느낀게 많았다.
김범수 창업주는 한국으로 돌아와 카카오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위랩을 2006년 창업했다. 2007년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혁신을 일으켰다. PC통신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변화할 것을 예견한 김 센터장은 모바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0년 카카오톡 메신저가 나왔다. 문자 한 건당 비용이 들어 정해진 글자수 안에 할 말을 눌러담던 시대에 모든 메시지가 무료인 카카오톡은 혁명과 같았다. 통신사의 강한 견제 속에서도 카카오톡은 출시 1년 만에 1000만 사용자를 돌파하며 순항했다.
변화를 기회로 삼은 판단이 또다시 적중했다.
회사는 아이위랩에서 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 3년 만에 카카오톡은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고, 회사는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전히 카카오 그룹 내에서도 카카오톡 서비스는 1조원을 넘게 버는 핵심 캐시카우다.
2014년 카카오는 포털 다음과 합병했다.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다음이었지만 직원만 2000명이 넘는 대기업이었고, 카카오는 400명에 불과했다.
다음을 안은 카카오는 30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126개다.
2010년부터 고속 성장해온 카카오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김 센터장은 10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많은 기업을 인수합병했지만, 그런 사업 기조가 발목을 잡았다.
현재 카카오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공정한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카카오 임원진의 안이하고 방만한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 카카오는 준법과신뢰위원회라는 독립된 외부 조직을 만들어 카카오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조직과 문화를 갖춘 그룹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카카오에게는 뼈 아픈 환경이지만 이번 변화가 성장의 기회가 될지 모를 일이다. 임직원과의 소통 전면에 나선 김 센터장 역시 그렇게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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