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못 떼 국민들 발 동동…정부는 "디플정 대단하죠?"[기자의 눈]
'플랫폼 제국' 한국서 초유의 공공 행정망 마비 발생
과기정통부·디플정위는 '디플정' 성과 홍보 자료 배포
- 오현주 기자
2002년 전자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공공 행정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플랫폼 강국이라던 우리나라에서 터진 일이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지난해 10월 불거진 카카오톡 오류 사태와 결이 다르다. 카카오는 문자 메시지·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대체재가 충분하다. 반면 전 국민이 쓰는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는 역할을 대신할 도구가 없다.
더욱이 민간기업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시스템 먹통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일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이번 사태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다.
백번 양보해서 시스템 오류의 원천 방어는 어렵다고 해보자. 그런데 정부 대처에서 국민 불신이 커졌다. 문제 발생 후 별도 알림이 없어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발만 동동 굴렀다.
행정안전부는 L4(엘포) 스위칭 장비 오류가 문제였다는 점도 사태 발생 이틀 뒤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원인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촌극은 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공공 SW(소프트웨어) 제도 문제 지적까지 나오는데 이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과를 알리는 보도 자료를 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함께 최근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과가 담긴 자료를 공개하고 혁신 서비스를 강조했다. "이렇게 잘 했다"는 자평이다.
과기정통부가 정부 24 서비스를 소관하지 않았지만 시점이 촌극이다. 이번 사태로 범부처 공공 시스템의 발주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꼭 이 시점에 디지털 정부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란 신조어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