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못 떼 국민들 발 동동…정부는 "디플정 대단하죠?"[기자의 눈]

'플랫폼 제국' 한국서 초유의 공공 행정망 마비 발생
과기정통부·디플정위는 '디플정' 성과 홍보 자료 배포

전국 행정망 '먹통'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사흘 만에 "모두 복구됐다"고 밝힌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렸다.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2023.11.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002년 전자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공공 행정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플랫폼 강국이라던 우리나라에서 터진 일이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지난해 10월 불거진 카카오톡 오류 사태와 결이 다르다. 카카오는 문자 메시지·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대체재가 충분하다. 반면 전 국민이 쓰는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는 역할을 대신할 도구가 없다.

더욱이 민간기업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시스템 먹통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일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이번 사태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다.

백번 양보해서 시스템 오류의 원천 방어는 어렵다고 해보자. 그런데 정부 대처에서 국민 불신이 커졌다. 문제 발생 후 별도 알림이 없어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발만 동동 굴렀다.

행정안전부는 L4(엘포) 스위칭 장비 오류가 문제였다는 점도 사태 발생 이틀 뒤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원인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촌극은 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공공 SW(소프트웨어) 제도 문제 지적까지 나오는데 이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과를 알리는 보도 자료를 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함께 최근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과가 담긴 자료를 공개하고 혁신 서비스를 강조했다. "이렇게 잘 했다"는 자평이다.

과기정통부가 정부 24 서비스를 소관하지 않았지만 시점이 촌극이다. 이번 사태로 범부처 공공 시스템의 발주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꼭 이 시점에 디지털 정부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란 신조어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