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CCTV의 확산과 프라이버시 보호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2017년 방영된 모 케이블TV의 범죄 수사극 “비밀의 숲”에서 경찰과 검찰의 범죄 증거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CCTV 영상이었다. 전국 골목마다 설치된 CCTV와 차량 블랙박스가 경찰의 눈 역할을 하면서 범죄 수사에 이용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공공기관이 전국에 설치한 CCTV는 1,607,388대인데, 민간이 설치한 것을 포함하면 수백만 대로 추산된다.
기술적으로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 즉,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특정 건축물이나 시설물에서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유선 또는 특수 무선 전송로를 이용해 화상을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텔레비전 방송과 달리 CCTV 신호는 동축케이블, 마이크로웨이브 링크 혹은 제어 접근이 가능한 전송 매체로만 전송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임의로 수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CCTV는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하고 폐쇄망을 이용한다는 것이 특성이기 때문에 보안이 필요한 교통관제용, 방재용 및 무인 감시용 등으로 활용된다.
법적으로 보면 개인의 영상정보를 수집한다는 측면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매우 높은데 반해, 감시, 관제의 목적으로 인해 사전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CCTV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특별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규제 원칙은 CCTV의 설치, 운영을 제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상 촬영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만을 규율하고 있어,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특성에 맞는 기준 제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23.9.15. 시행 2차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이동형 기기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다.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란 일정한 공간에 설치되어 지속적 또는 주기적으로 사람 또는 사물의 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무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장치로서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네트워크 카메라를 말한다. 고정형은 법령상 허용,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의 안전 및 관리, 화재 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 촬영된 영상정보를 저장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출입자 수, 성별, 연령대 등 통계값 또는 통계적 특성값 산출을 위해 촬영된 영상정보를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경우에만 설치, 운영할 수 있다. 다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내부에는 설치, 운영할 수 없다. 설치, 운영자는 설치 목적 및 장소, 촬영 범위 및 시간, 관리책임자의 연락처 등이 포함된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란 사람이 신체에 착용 또는 휴대하거나 이동가능한 물체에 부착 또는 거치하여 사람 또는 사물의 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ㆍ무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장치로서, 착용형 장치(웨어러블·바디캠 등), 휴대형 장치(스마트폰·카메라 등), 부착·거치형 장치(차량·무인항공기 등에 부착·거치)를 말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이 제한되지만, 동의를 받은 경우 등. 촬영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여 정보주체가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아니한 경우에는 허용된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 촬영은 금지되나, 범죄, 화재,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인명의 구조·구급 등을 위해 영상 촬영이 필요한 경우 촬영이 허용된다. 촬영 시에는 불빛, 소리, 안내판, 안내서면, 안내방송 또는 이에 준하는 수단을 통해 정보 주체가 촬영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다만,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등 촬영 방법의 특성으로 인해 정보주체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축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지해야 한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CCTV 설치, 운영 규제와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는 CCTV 규제가 작업장 감시, 증거 확보를 위한 CCTV 설치, 운영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이슈가 된 것이 수술실 CCTV 규제이다. 9월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의료기관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와 운영 의무 규제가 도입되었다. 전신마취나 진정(일명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또한 촬영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목적 저해 등 법이 정한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촬영을 해야 하며, 거부하는 경우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거부 사유를 설명하고 이를 기록‧보관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은 수사‧재판 관계기관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요청하는 경우 또는 촬영된 사람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열람‧제공된다.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나, 보관 중 열람‧제공 요청을 받거나 보관 연장 요청을 받으면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연장하여 보관해야 한다.
당초 대리수술 등 수술실에서 불법행위를 방지하고자 도입된 수술실 CCTV 규제에 대해서 의사협회는 여전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사의 기본권 침해, 소극적 진료, 영상정보 유출 위험 등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반 국민들은 수술실 내 범죄행위를 방지하고 의료행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 입장이다. 동법은 의사의 동의 없이도 의사의 수술행위를 촬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입법이다. 작업장 등 비공개장소에서 영상 촬영은 동의가 원칙이라는 점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정도로 수술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입법자의 판단이다.
이런 작업장 감시 관련 CCTV는 비단 수술실 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의 작업장, 유치원 등에서도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근로자, 교사의 자발적 동의를 근거로 합법화된다. 다만, 협상력이 약한 근로자, 교사 등이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면 정부의 일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3. 1. 인사노무 업무에 관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의 상시 근무공간에 CCTV 등 디지털 장치를 설치·도입하는 경우에는 협의 및 의견수렴, 개인정보 수집·이용 근거 확인, 개인정보보호방안 강구를 하도록 했다.
대법원도 화재 및 도난 방지라는 개인정보처리자(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더라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정보주체(근로자)가 다수이고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 당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므로 결국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이 근로자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동의 없는 CCTV 설치를 위법하다고 보았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정부는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중인파 취약지역엔 영상분석 기능을 가진 지능형 인파 감지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CCTV를 통해 단위 면적당 인원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위험 징후를 알리게 되어 있다. 이처럼 CCTV와 AI가 결합하게 되면 대형 참사를 막는 것은 물론, 범죄, 화재 예방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다만, 영상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도 크기 때문에 엄격한 목적 제한, 사후 처리 철저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작업장 감시 CCTV의 경우에는 의견수렴, 동의와 협의 절차를 보다 충실히 진행해야 할 것이며, 특수 직역에 대한 CCTV 설치 의무 입법은 더욱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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