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듯한 가상세계"…메타의 고성능 VR·AR 헤드셋 [써보니]
이태원 현대카드 행사장서 '메타 퀘스트 프로' 체험
선명한 비주얼·공간감 느껴지는 음향…눈앞에 펼쳐진 캘리포니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선명하고 화려한 가상 공간이 펼쳐졌다. 저 멀리서 노란색 자동차가 왔고, 주유건(gun)을 뽑아 기름도 넣었다. 메타가 만든 하이엔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가 만들어 준 가상 경험이다.
16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 일대에서 '다빈치모텔'을 콘셉트로 한 행사가 진행됐다. 여기에 메타는 '메타 퀘스트 프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메타가 선보이는 첫 번째 하이엔드 디바이스다. 기존에 나왔던 '메타 퀘스트' 시리즈가 보급형이라면 프로는 전문가용이다. 가격도 200만원대다. 더 높은 해상도와 센서를 체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헤드셋을 쓰면 즉시 발과 손을 인식한다. 처음에는 인식이 늦은 감이 있었다. 이는 야외에서 하는 행사라 자외선 등의 영향이라고 메타 측은 설명했다. 손을 인식하고 나니 가상 공간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은 '아이트래킹'(eye tracking)이다. 눈동자 움직임이나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이다. 눈앞에 1970~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한 듯한 다빈치모텔이라는 가상 공간이 펼쳐졌는데, 두리번거리는 시선을 지체없이 따라왔다. 덕분에 어지러움은 없었다.
'메타 퀘스트 프로'가 구현한 가상 공간은 굉장히 선명했다. 뛰어난 색감으로 유명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멀리서 달려온 자동차가 멈춰 서자 주유건을 빼 기름을 넣었다. 주유 완료라는 신호로 두 번 탕탕 두드리니 차는 다시 대각선 방향으로 멀어졌다. 차가 다가오고 떠나는 소리까지 생생했다.
'메타 퀘스트 프로' 헤드셋은 귀를 막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명하고 입체감 있는 소리를 체감할 수 있다. 관자놀이 위치에 스피커가 있어서다. 소리는 거리감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오른쪽과 왼쪽을 넘어서 앞뒤 양옆으로 소리가 들어왔다.
체험의 마지막 미션은 펜을 집어 엘피(LP)판에 사인을 하는 것이다. 타인의 눈엔 허공에 손을 휘젓는 모습이었겠지만 헤드셋 속 세상에선 실제 종이에 쓰듯 이름 석 자가 정갈하게 적혔다.
체험 시간은 5~10분 정도였다. 헤드셋을 벗었을 때 현실과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 '메타 퀘스트 프로'가 VR과 AR을 넘어 확장현실(XR)을 구현해줘서다.
XR은 VR과 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을 망라하는 용어다. '포켓몬 고'처럼 현실 세계에 VR을 접목해 현실과 가상의 객체가 상호작용하는 증강현실 게임이 대표적이다.
실제 '메타 퀘스트 프로'를 쓰고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현실 세계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게 메타의 기술력이라고 한다.
이번 경험으로 메타버스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업무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업무 생산성 도구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조만간 이 헤드셋을 쓰고 회사에 출근해 엑셀을 만들고, 회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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