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치즈피자 좋아하잖아"…혼밥 친구가 된 AI[미래on]

지식 넘어 감성 인공지능이 온다…"감정을 얘기하는 세상"
헬스케어·자율주행·물류 전 영역…AI와 발맞춘 혁신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그래픽=News1 DB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배가 고픈데 뭘 먹을까?"

"너 치즈피자 좋아하잖아. 치즈피자 먹는 게 어때?"

인공지능(AI)이 내가 이전에 한 말을 기억하고,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간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며 말귀를 못 알아듣던 AI들이 달라졌다. 챗GPT 등에 적용된 거대 언어 모델(LLM)이 진화를 이끌었다.

상대의 취향을 기억해 식사 메뉴를 추천하고 뉴스와 날씨, 취미 얘기 등 말벗이 돼준다. 혼밥 친구를 넘어 건강관리(헬스케어), 배송, 자율주행 등 생활 곳곳에 진입한 AI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AI가 핵심이었다. 국내 한 통신사 임원은 "온 동네가 AI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AI 컴퍼니 전환'을 비전으로 내세운 SK텔레콤도 MWC에서 똑똑해진 에이닷(AI 비서 서비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SK텔레콤(017670)은 이용자와 오래전에 대화했던 정보를 기억하는 '장기기억' 기술과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해 사람처럼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리트리벌' 기술을 적용해 에이닷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챗GPT처럼 지식 기반의 대화 외에도 '감성 대화'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얘기다.

최근 AI 기술 트렌드는 AI 모델을 규모나 차원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학습하는 초거대 AI로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 외에도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는 '멀티모달 학습'이 이뤄지면서 더욱 사람과 유사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AI(OpenAI)'가 공개한 챗봇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공개 이후 최단기간(5일)에 100만 사용자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출시 2개월째 되는 지난 1월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오픈AI의 챗GPT는 AI 언어 모델의 규모가 커졌을 때 어느 정도 수준까지 AI가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선행적 사례다.

챗GPT가 기반한 AI 모델 'GPT-3.5'는 1750억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활용했다. 오픈AI는 언어 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멀티모델 기능을 갖춘 'GPT-4'를 올해 초에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픈AI에 12조원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검색 서비스나 화상회의 플랫폼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 MWC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서비스들을 전시하며 챗GPT가 가져올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에 대응해 구글이나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도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해 KT(030200) 등 국내 통신사들도 초거대 AI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화형 학습 부문 외에도 AI는 산업 여러 곳에서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물류 등 부문에서의 활용성이 최근 두드러진다.

KT는 AI 기반의 물류센터 효율화 솔루션과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주행(ATI)'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물류 효율화에 AI 능력을 이용하고 있다. AI 예측을 기반으로 제품 수요를 파악하고 자율주행 로봇들이 자동화된 물류 처리를 한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마켓컬리는 AI 수요 예측을 통해 신선식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낮췄다.

향후 통신 인프라 및 AI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간 데이터 교환이 자유롭게 이뤄질 경우 현대 도심의 교통 정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 구현에도 AI가 반드시 필요하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KT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실외 배송로봇(Delivery Robot)을 살펴보고 있다. 2023.2.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헬스케어도 빼놓을 수 없다. AI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기존 '질병 발생-진료-치료 및 처방'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의료 산업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알리헬스는 진단부터 처방, 치료제 배송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에서도 AI가 접목되고 있다. 에릭슨, 노키아를 비롯해 해외 통신 장비 업체들은 AI를 얹은 에너지 효율성, 최적화 기술을 MWC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005930)도 같은 맥락에서 '그린 5G'를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 통신사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서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해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같은 기술 변화에 발맞춘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통신사들은 글로벌 연합체를 구성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서비스 관점에서 통신사는 고객은 많지만 접점이 약하다. 빅테크·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접점이라고 보지, 통신사를 접점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해 AI 서비스로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설명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