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이번에도 밀리나…27일 법안소위 통과 '난망'

정무위, 27일 오전 법안소위에 가상자산 법안 6번째로 논의
오후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본회의에 밀려…투자자 보호 늦어질까 '우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17개에 달하는 가운데, 오는 27일 재개될 예정이었던 법안 논의가 또 한 번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법안은 27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차소위원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당초 오전 오후 내내 열릴 예정이었던 법안소위가 오전에만 열리게 되면서, 순서가 6번째인 가상자산 법안은 또 다시 논의 및 의결이 미뤄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이번 법안소위도 힘들 듯…'투자자 보호' 더 늦어져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오는 27일 법안소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을 다룬다.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돼있는 제정안 10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2개, 그리고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1개 등 총 17개 법안의 공통 부분을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소위에서도 법률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법안소위는 오전과 오후 모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27일 오후로 예정되면서 정무위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사실상 오전에만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의 논의 순서는 6번째다. 이번에도 논의 및 의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앞 순서 법안들이 빨리 끝날 경우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어도, 의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매우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법안소위를 열었음에도 정쟁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패싱'한 바 있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달 16일 법안소위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중간 순번에 위치해 있었으나, 후순위 법안에 밀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논의 및 의결에 실패할 경우 다음 법안소위는 이르면 다음달 열리게 된다.

◇가상자산법, 왜 시급할까…밀리는 동안 불어난 투자자 피해

가상자산법은 여야 '이견'이 없는 법률안으로, 양측이 '조속한 처리'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 밀리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특정 기업의 리스크가 전체 시장으로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지난해 '테라 사태'와 'FTX 사태', 그리고 '위믹스 사태'까지 모두 6개월 안에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한 달만 늦어져도 또 다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안소위에서 중점 논의될 법률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두 법안의 공통된 내용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금지 등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즉 투자자 보호가 시급하다는 데는 여야 의견 차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금액이 세계 3위권임에도 시세조종, 해킹 등으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다수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또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 2018년부터 투자자 보호를 포함한 가상자산업권법을 마련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이 쇄도했으나, 현재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사업자를 규제하는 특금법 개정안뿐이다.

특히 지난해 5월 '테라 사태'로 투자자 보호책 마련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을 당시 여야 모두 '가상자산법 연내 통과'를 목표로 삼기도 했다.

'테라 사태' 직후인 지난해 5월20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을 위한 법안소위를 열어달라며 국민의힘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 2의 테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법안을 마련하자는 게 이유였다. 이후 여당인 국민의힘 측도 지난해 8월 가상자산특별위원회를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며 가상자산 법안 연내 통과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가상자산 법안은 매번 순서가 밀렸다. 법안이 밀리는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가 무너지는 'FTX 사태'가 발생, 투자자 피해가 또 불어났다.

법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대안으로 자율규제 기구인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가 출범했지만 닥사의 역할도 현재 위태로운 상태다. 지난해 닥사의 상장 폐지 결정으로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닥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최근 닥사의 일원인 코인원이 단독으로 위믹스를 재상장한 탓에 닥사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졌다. 자율규제가 아닌 확실한 법안 마련이 시급해진 배경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법안의 필요성,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을 '없는 것'으로 취급한 것에 대해 사과한 선례까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가상자산 법안과 관련해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여야 간 의견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차례 밀린 법안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2020년 정기 국회 때 공청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같은 법에 대해 두 번이나 공청회를 한 선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공청회를 또 열기 보다는 빠르게 법안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