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망]웹3 운명, 상용화‧규제에 달렸다…영지식증명·SBT도 주목

게임·금융에 부는 '웹3' 바람…'커뮤니티' 아닌 실제 서비스 중요
비탈릭 부테린 "영지식 증명 상용화될 것"

블록체인 일러스트.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는 테라 사태, FTX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기나긴 겨울을 겪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차세대 웹을 뜻하는 '웹3'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주권, 나아가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을 플랫폼이 아닌 개인 사용자에게 주자는 게 웹3 프로젝트들의 주요 콘셉트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현된다.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고, 보상도 투명하게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에는 웹3를 내세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다수 등장했고, 그 중 일부는 '크립토 겨울'에서도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웹3 생태계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용자 커뮤니티만으로 승부했던 웹3 프로젝트들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고, 실제 제품 및 서비스로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만 살아남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테라 사태, FTX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 가상자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들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웹3 게임, 상용화 '원년'

지난해에는 게임, 금융,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웹3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메타버스와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을 내세운 블록체인 기반 웹3 게임들이 출시 소식을 속속 알렸다.

그럼에도 웹3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매우 적다. 가상자산 리서치업체 쟁글은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전체 게임 시장 내에서 매우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블록체인 게임 수는 900여개가 채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블록체인 게임의 특징인 소유권과 오너십 분배의 개념은 각인시켰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지난해에는 웹3의 기본 정신인 데이터 주권 및 보상 분배의 개념이 게임 업계에 자리 잡았다면, 새해에는 실제 사용자를 유치하는 웹3 게임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쟁글에 따르면 블록체인 게임 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일리언월드(Alien Worlds)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리그오브레전드 MAU의 0.4% 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 웹2 게임만큼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 웹3 게임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력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전통 게임사들이 웹3 게임을 출시할 경우, 신규 사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등 기존 웹2 게임사들이 웹3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 게임사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플랫폼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웹3 게임을 개발 중이다. 2023년은 전통 게임사들이 웹3 게임을 출시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게임은 물론 대체불가능 토큰(NFT) 프로젝트 중에서도 서비스 출시 전부터 커뮤니티를 모으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NFT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공개되기도 전에 커뮤니티 규모를 키우고, 자금도 큰 규모로 조달하는 경우다.

올해는 커뮤니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않고는 웹3 생태계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코인텔레그래프는 "그동안 '커뮤니티'는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고자 디스코드에 모인 투기꾼들을 희망적으로 부르는 단어일 뿐이었다"며 "2023년에는 실제 서비스와 시장 적합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3 금융, 컴플라이언스가 운명 가른다

금융 분야에서도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웹3 파도가 거세다. 디파이 서비스들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익을 없애고, 사용자들에게 수익 대부분을 돌려줌으로써 웹3 및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서비스 내 기축통화로는 가상자산을 활용한다.

단, 지난해 테라 사태로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디파이 서비스들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새해에는 탈중앙화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따르는 웹3 금융 서비스들이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 웹3 서비스들도 컴플라이언스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가상자산도 금융의 한 축이다 보니 컴플라이언스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들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가상자산 규제가 갖춰진 국가에서 나오는 서비스들이 사용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라고 예측했다.

서비스 사업자가 직접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셀프 커스터디(수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금융 분야 웹3 서비스는 물론, 중앙화 거래소들도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제3기관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FTX에 이어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까지 고객의 자산을 전부 보관하고 있는지 의심받으면서 자산을 스스로 보관하겠다는 사업자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셀프 커스터디 시스템을 구축하게끔 도와주는 솔루션이나 자산 보관을 위한 지갑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백 COO는 "FTX에 이어 바이낸스까지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내 자산은 내가 지키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며 "웹3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하드웨어 지갑, 시드구문 보관 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고 셀프 커스터디를 도와주는 솔루션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탈릭 부테린, 영지식증명·SBT 주목

아울러 기술 면에서는 영지식증명 기술과 소울바운드토큰(SBT) 등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영지식증명이란 거래 상대방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플랫폼 중 가장 많은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담고 있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현재 거래 처리속도와 확장성을 대폭 늘린 ‘이더리움 2.0’을 향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머지(Merge)' 작업을 통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 합의알고리즘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합의알고리즘으로 전환하며, 2.0으로의 여정을 본격화했다. 이 때 확장성을 더 늘리는 방안으로 영지식증명 기술을 적용한 ‘zk롤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레이어1)이 모든 거래를 처리할 경우 네트워크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확장성을 늘리기 위한 확장성 솔루션들은 레이어2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처리한 뒤 중요 거래 기록만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올린다. 이 때 모든 거래 처리 결과를 묶어 기존 이더리움에 올리는 방식이 '롤업'이다.

영지식증명 기술을 통해 진위를 확인한 뒤 그 기록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보내는 zk롤업은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훨씬 적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최종 목표 중 하나도 zk롤업을 활용해 부족한 확장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단, 영지식증명은 그간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2023년은 영지식증명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유튜브채널 '뱅크리스 쇼'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에는 ZK롤업이 이더리움의 확장성 솔루션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2023년에는 영지식증명을 활용한 스마트컨트랙트가 오프체인(블록체인 외부) 앱에서도 실행될 수 있게끔 하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가 출시되면서 영지식증명이 훨씬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웹3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소울바운드토큰(SBT)’이 부상하고 있다.

SBT는 학력, 경력 같은 개인의 정보를 담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의미한다. 기존 NFT는 고유한 식별 코드와 메타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서 데이터를 위조할 수 없다. 이 때 SBT는 NFT의 데이터에 개인의 신원을 인증할 수 있는 정보를 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일반적인 NFT와 달리,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SBT는 지난해 5월 부테린이 직접 '탈중앙화된 사회: 웹3의 소울을 찾아서'라는 백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하며 제안한 개념이다. 부테린은 웹3 서비스에 로그인을 하거나, 서비스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 SBT가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테린은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같은 중앙화된 독점기업이 아닌,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통해 로그인한다면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