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2] '포스트 코로나' 숨고르기 K-게임…이용자 목소리 커졌다

셧다운제 폐지·P2E 사행성 판정…PC·콘솔로 영토확장
'큰별' 김정주 별세…이용자와 소통 강화 행보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G-STAR)2022' 을 찾은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지스타2022' 는 43개국, 987개사, 2,947부스로 개최되며, 작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이달 17일 부터 나흘간 BTC, BTB, G-CON, 게임잡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박소은 기자 = 2022년 게임업계는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특수를 뒤로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부의 거리두기 해제 조치에 따라 콘텐츠 경쟁력은 개별 게임사의 실적을 가르는 주요 요소가 됐으며, 게임사들은 모바일 집중 모드에서 벗어나 PC, 콘솔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와 발언권이 커지면서 게임사와의 적극적인 소통도 눈길을 끌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에 포함하는 '국제질병분류체계 권고안'이 시행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등 국내 게임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던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별세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게임은 문화? 질병?…업계 고민 안기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도 여전

게임 정책 분야는 연초부터 다사다난했다. 1월 1일자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가 시행됐고,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에 포함하는 '국제질병분류체계 권고안(ICD-11)'이 시행됐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록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이 올해 초부터 본격 시행된 것.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이다.

2분기엔 업계에 제동을 걸 판정이 나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이 게임 플레이 결과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므로 게임산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현행법상 한국은 P2E 게임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관위는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으로 P2E 산업에 대해 허용 의사를 일부 내비치기도 했으나, 위메이드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며 의견 제시를 다시금 자제하는 모양새다.

하반기엔 업계의 숨통을 트일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해서다. 그간 게임에 드리워져 왔던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게임은 문화'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실제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거나, 게임 개발자에 대한 입지가 바뀌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부터 업계를 뒤흔든 '확률형 아이템' 이슈도 화두였다. 2020년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래로 유정주·유동수·하태경·전용기 의원도 아이템의 확률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제안했으나, 여전히 의견 차이로 개정안 통과를 시키지 못했다. 향후 문체위는 법안소위를 다시 개최하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최우선 순위로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22' 삼성전자 브랜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11.17/뉴스1

◇모바일 게임만 있냐…PC·콘솔 신작 출시, 결과는?

2022년 게임사들은 코로나 19로 유입된 이용자들이 이탈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기 IP 기반 콘솔 게임을 대거 론칭하며 이용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DNF 듀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론칭했고,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X'를 내세우며 이용자 몰이에 나섰다.

막힌 만리장성의 벽을 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중국 뚫기를 내려놓은 게임사들은 북미·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게임 이용자들의 취향에 걸맞은 콘솔 게임들을 대거 내놓기도 했다.

실제 2022년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듀얼(DNF Duel)' 콘솔 게임을 출시했고, 스마일게이트도 '크로스파이어X'를 내놓으며 글로벌을 정조준했다. 네오위즈는 콘솔 장르인 'P의 거짓'을,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스팀을 통해 출시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2020~2021년 게임사에서 속칭 '돈놀이'를 할 때 콘텐츠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었다"라며 "콘솔 유저에 대한 이해도 문제도 있겠지만, 여전히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아 콘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이 13일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사측과 간담회를 앞두고 마차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2.9.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화력' 보여준 K-게이머…게임사도 소통 강화 나섰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는 등 게임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한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와 다른 이벤트 일정 및 재화 지급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별점 테러는 물론이고 지난 8월 판교에서 마차 시위를 벌이고 회사를 대상으로 환불 소송을 접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책임자를 교체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개선 TF를 설치했다. 이후 회사 측은 이용자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 마련을 위해 노력했고, 이용자들은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에 한 때 1점대까지 떨어졌던 별점은 4점대까지 회복했고 매출 순위도 반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의 집단 환불 소송이 게이머들의 영향력이 세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는다.

넥슨 '장수게임' 카트라이더가 내년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면서 유저들도 즉각 트럭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유저들은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가 넥슨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선 7월 1일 '2022 여름 카트라이더 쇼케이스' 당시 대규모 패치와 장기 운영 계획을 안내한 만큼 서비스 종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게임사도 이용자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게임업계 맞형격인 엔씨의 '엔씽'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엔씨는 지난 6월 공개한 엔씽을 통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장과 소통화고 유저들의 목소리를 개발 단계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넥슨 제공). ⓒ 뉴스1

◇'게임계 큰 별 지다'…바람의 나라로 간 김정주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에 따르면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지난 2월 미국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향년 54세.

1968년생인 고인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으며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넥슨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선보이며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게임 산업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또한 넥슨의 글로벌화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