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훈 코인원 대표 "FTX 사태, 그들만의 잘못…시장 전체엔 영향 없다"

산업 위기론에도 자신감 표해…"카뱅 전환 후 내실 더 다지겠다"
업권법 관련 규제 목소리 커지자…"지나친 규제는 기형적"

편집자주 ...세계 2위권까지 올랐던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고객 자금을 유용한 것이 들통나면서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FTX가 무너지자 업계에서는 중앙화 거래소의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위믹스 사태'로 국내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 간의 잡음까지 생기자,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한 미래를 우려하는 시선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창업자가 아직까지 대표직을 지키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는 코인원, 차명훈 대표를 만나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한 의견, 악재를 겪고 있는 업계에서 코인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물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대담·작성 = 박희진 부장 =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 사태, 위믹스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국내외 안팎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투자심리도 꺾였다. 거래소들의 실제 매출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 FTX 사태 발생 전인 지난 8월 31일과 FTX 사태가 발생한 후인 지난달 30일 기준, 코인원·업비트·빗썸 3사의 24시간 거래량 증감률은 평균 마이너스 50%로 반토막이다.

거래소를 비롯해 향후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2014년부터 9여 년 간 코인원을 이끌어온 한국 블록체인 창업 1세대 차명훈 대표는 가상자산 산업이 겪어왔던 온갖 풍파에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차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FTX 사태의 원인은 명확하다. 고객 예탁금을 유용한 것이 문제"라며 "이런 잘못을 하지 않으면 FTX와 같은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다면, 그것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여러 안 좋은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이런 것들을 통해 시장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카카오뱅크로 입출금 은행 전환…"접근성 높이기 위한 조치, 내년도 환경 개선에 초점"

마침 코인원은 지난달 29일 숙원으로 여겨지던 '카카오뱅크'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공식 오픈했는데, 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거래 환경 개선을 위해 실무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차 대표는 카카오뱅크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론칭한 것에 대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입출금) 은행을 전환하는 게 중요해 보였다"며 "지난 8개월 동안 회사 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결과, 시스템적으로도 많은 레거시가 개선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행히 주변에서 접근성면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내년 초부터는 거래소 내 여러 거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활발히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향후 코인원의 거래소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거래할 때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저희만의 기반을 잘 닦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가상자산 산업 우려 불식한 차 대표 "저점이 높아지는 기분…이전에 비해선 많이 좋아져"

코인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원화 입출금 공식 서비스를 오픈한 지난달 29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코인원 평균신규가입자수는 사전등록 기간 수치보다도 177.48% 증가했다.

평균신규가입자수가 증가한 것 외에도 코인원은 공식 서비스 오픈에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운영한 사전등록 기간을 운영해왔는데, 해당 기간 내 기존 고객층의 은행 전환율도 70% 이상(70.38%)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전환한 이후 신규고객자수가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교체됐는지, 고존 고객층이 전환을 얼마나 했는지도 중요하게 보는 부분인데 코인원은 "사전등록 기간이 2주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고객들이 카카오뱅크로 빠르게 이동한 것"이라며 전환율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 전환이 임박했던 최근 3개월간 코인원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추이도 9월 대비 10월 20.40% 증가, 11월에는 41.05% 증가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점도 코인원 내부에서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 대표는 이 같은 수치를 내놓으면서 최근 가상자산 산업 이미지가 실추됐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업 초기를 회상한 그는 "오히려 처음 코인원을 오픈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그 때는 (주변에서) 이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전에 이러한 (악재 같은) 일들이 터지게 되면 시장이 없어질까 두려움도 있었다"며 "특히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컸던 2018년에 그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아무도 '이 시장 자체가 없어질 거야' '내일 당장 거래소가 문을 닫을 거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명) 불장과 베어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저점이 조금씩 높아지는 기분이다. 사회적으로도 인식이 많이 좋아진 거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와 동시에 성숙해져 왔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신뢰도도 어떠한 '한 사태'로 인해 무너질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 차 대표의 설명이다.

◇ "업권법, '업'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제정돼야…지나친 규제는 기형적"

가상자산 산업은 기존 제도권 금융 산업에 비해 가이드라인과 같은 규제의 명확성이 아직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업권법의 공백'이 가상자산 산업 안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촉발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지적까지 나온다.

차 대표는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제정 움직임에 대해 "국내에서 거래 시장이 너무 커지다 보니,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입법 논의도 대부분 거래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업권법이라 하면 실제 '업'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제정돼야 하는데 오히려 거래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이러한 규제 움직임이 되게 기형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예로 사업을 진행할 때 '블록체인이 문제가 되는 건 실제 유틸리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시는데, 블록체인의 유틸리티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면 '블록체인은 유틸리티가 없어서 위험하다'라는 답이 온다. 결국 이것이 악순환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FTX나 위믹스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업계에서 규제의 목소리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선 "FTX 사태는 국내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국내 거래소는) 고객 예치금을 100% 따로 예치하고 있고, 외부 감사도 계속해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규제가 센 편이라, 미국보다 사건·사고 수가 적은 것이 맞지만 그만큼 빠른 혁신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자율 규제' 외치는 차 대표 "특금법 전부터 고객 예치금 별도 분리…당당할 수 있도록 기업 운영해야"

차 대표는 그러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본질적인 제정 취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자율 규제'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대표가 이같이 가상자산 산업 내 자율 규제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그의 경영 철학으로부터 묻어나오는 자신감도 영향이 있다.

그는 "현재 특금법상 '고객의 예치금을 별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저희는 거래소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이것을 '당연하다'라고 여겨왔다"며 "누가 언제 무엇을 들여다 보더라도 당당할 수 있도록, 단 하나의 리스크도 만들지 않기 위해 예치금 부분에서는 특히 조심했었다"고 고백했다.

또 "이전에는 실명 인증이 의무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실명 인증을 실행하는 등 자율규제를 계속해서 실천해왔다"고 강조했다.

즉 FTX 사태와 같이 국외에서 고객 자금을 유용해 벌어진 사태로 인해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 내용 속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아이러니'한 발상이란 게 차 대표의 주장이다.

◇ '상품이냐 증권이냐' 문제에는 "대부분 코인은 상품이지만 콘트롤하는 이가 많아지면 규제 필요"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들어갈 내용을 포함해 최근 가상자산 업계의 화두 중에는 암호화폐를 '상품'으로 봐야 하느냐, '증권'으로 봐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암호화폐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인'마다 상품과 증권에 대한 분류를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지만, 우선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을 근간으로 코인을 증권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꽤나 존재한다.

차 대표는 이러한 규제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결국 자본시장법은 증권과 관련된 것인데, 코인은 증권이랑 속성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코인은 금과 같은 자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단일 상품이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고, 이를 어딘가에서 콘트롤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측면에서 '콘트롤 주체가 있는' 증권과는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권의 경우, 투자 계약의 성격이기 때문에 당연히 규제가 많이 돼야 하는 게 맞다"며 '발행자가 없고, 믿을 수 있는 자원의 기본 속성인 코드만 믿고 거래하는 코인의 경우, 증권과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코인 안에서도 만약 누군가 콘트롤하는 게 많아지게 된다면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모든 코인이 비트코인과 같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중앙화된 코인은 위험한 거 같다"며 "그런 것들을 유심히 저희도 보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코인원의 운영 방침에 대해 "거래소가 꼭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 외 다른 걸 만들어나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좋은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것 외, 블록체인 생태계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