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적 요구로 시작된 DAXA 자율규제, 정치가 나서 흔들어서야
(서울=뉴스1) 최단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시장의 시간은 바삐 흐른다. 자본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움직이고, 상품과 서비스는 하루가 멀게 시장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반면 시장을 규율하는 정치의 시간은 이보다 더디 흐른다. 시장에서 어떤 현상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정치인은 법률 제·개정안을 발의하는 형식으로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국회는 이 대안을 모아 복잡한 공식 절차와 비공식적 물밑 대화 등의 정치 행위를 거쳐 법률을 완성한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의회가 복잡한 입법과정에만 매달려 시장의 산적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가 발생한 시점과 입법이 완성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도 결국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른바 ‘루나 사태’ 직후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과 정치의 시차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가상자산 시장은 혼란스러웠고 피해자는 무수했다. 이를 바로잡자는 사회적 목소리는 컸다. 하지만 당장 법률을 만들기에 국회는 준비도 실력도 부족했다. 정치인들은 당장의 입법 지연을 극복하고자 시장에 손을 벌렸다. 시장, 그 중에서도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스스로 자율규제책을 만들어 시장을 안정시키기를 원했다. 신뢰에 타격을 입은 거래소들도 이에 공감하며 협의체를 조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다. 사회적 요구에 정치와 시장이 화답한 결과물이다.
DAXA는 ‘상장’은 물론이고 시장 감시, 준법 감시 등의 여러 영역에서 스스로를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회에 수시로 자율규제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등 책임을 다하려 했다. 사회와 정치로부터 자율규제를 요구받은 가상자산 시장은 이렇게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루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2022년 겨울, 가상자산 시장은 이른바 위믹스 사태로 다시금 홍역을 앓고 있다. DAXA는 유통량을 속이고 거짓으로 공시했다는 이유로 위믹스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위믹스를 운영하는 위메이드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므로, 결과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다만 이 사태에 몇몇 정치인이 DAXA와 업계의 자율규제가 실패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들은 DAXA의 자율적인 시장규제 뒷편에 사회적 요구와 정치적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치가 할 일은 시장과 정치의 간극을 채워온 DAXA의 노력을 흔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DAXA가 사회와 정치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DAXA 자율규제의 미비점과 보완점을 복기해 법률안에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비판하고 탓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평론이 아니라, 시장과 정치 사이의 시간 차를 좁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정치는 가장 최적의 대안을 찾아 사회 구성원 다수의 동의 아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수준을 나타낸다.
위믹스 사태로 드러난 DAXA의 자율규제 논란을 우리 정치가 얼마나 슬기롭게 해결해나갈지 궁금하다. 우리 정치인과 정치의 실력을 보고 싶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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