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웹서밋 아니라 '웹3서밋'"…크립토가 집어삼킨 유럽 최대 기술 행사

[웹서밋 2022]7만명 참가한 행사, 올해는 '크립토' 비중 확 늘어난 '웹3서밋'
파트너·스타트업 모두 '크립토 잔치'…리스본 시장 "웹3 종사자 더 많이 오길"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가 7만여명이 자리한 '웹서밋2022' 오프닝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현영기자

(리스본=뉴스1) 박현영 기자 =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 이곳저곳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크립토(가상자산) 및 웹3 분야 종사자들이 리스본에서 더 많이 일하길 바랍니다".

카를로스 모에다스(Carlos Moedas) 리스본 시장이 지난 2일 '웹서밋(Web Summit) 2022'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언급한 말이다.

유럽 최대 기술 콘퍼런스인 웹서밋은 리스본의 하반기를 책임지는 대규모 행사다. 리스본 호텔도, 식당도, 심지어는 우버 기사들도 웹서밋 기간이 1년 중 최대 대목이다. 그런 웹서밋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이른바 '웹3'로 더욱 커졌음을 리스본 시장이 직접 강조한 것이다.

그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올해 웹서밋에선 가상자산 분야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확연하게 늘었다. 팬데믹 전인 2019년만 해도 클라우드, 인공지능, 데이터 등 다른 기술 관련 세션이 주를 이뤘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세션은 전무한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파트너 기업 중 '크립토' 다수…바이낸스 부스는 인산인해

올해 웹서밋은 '크립토(가상자산)'가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행사에 가장 많은 금액을 협찬한 '파트너' 기업 목록에 크립토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바이낸스, 파일코인, 폴리곤, 헤데라해시그래프, 원인치네트워크, 폴카닷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3일(현지시간) 웹서밋2022 행사장 내 바이낸스 부스에 참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박현영기자

파트너 기업 중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바이낸스였다. 창펑 자오(Changpeng Zhao, 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웹서밋 개막을 알리는 '오프닝 나잇'의 연사 6명 중 한 명으로 참가했다. 그는 총 7만1000여명이 자리한 무대에서 '크립토 겨울'이 끝나고 다시 가상자산 부흥기가 올 것임을 예측했다.

오프닝 나잇 이후에도 CZ가 다니는 곳에는 사람들이 늘 몰렸다. 연사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Q&A 행사장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연사는 CZ였다. 다른 연사가 자리했을 땐 군데군데 비어있던 Q&A 행사장이 CZ가 왔을 땐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파트너 기업들의 부스가 자리한 '파빌리온1' 행사장에서도 가장 붐비는 부스는 바이낸스의 부스였다. 바이낸스 모자, 티셔츠 같은 굿즈를 받기 위한 팬들로 줄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낸스만큼은 아니지만, 파일코인의 부스도 꾸준히 붐볐다. 파일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저장시스템(IPFS) 프로젝트로, 웹3 분야의 대표적인 ‘스토리지(저장)’ 서비스로 불린다. 탈중앙화되지 않은, 이른바 '웹2' 분야 스토리지 서비스인 구글 클라우드의 부스보다 붐빈다는 점이 웹3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증명했다.

3일(현지시간) 웹서밋2022 행사장 내 자리한 파일코인 부스에 참가자들이 꾸준히 몰렸다. 사진=박현영기자

◇'크립토 스타트업'도 대세…우크라이나 기부에도 NFT 쓴다

파트너 기업들만 부스를 운영하는 건 아니다. 웹서밋은 투자자와 기술 스타트업을 잇는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파빌리온 행사장마다 스타트업들을 위한 전용 부스가 있다. 스타트업 한 곳에 할당된 부스의 크기는 작지만,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올해는 투자자들 수가 2019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스타트업 전용 부스 중 '핀테크 존'은 참여 기업의 절반 이상이 크립토 스타트업이었다. 주로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및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들이 많았으나, 이더리움 지갑에 이름을 붙인 뒤 그 이름을 사고 파는 'ENS비전', 디파이 및 NFT를 위한 광고 플랫폼 '비트미디어' 등 독특한 콘셉트의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셜 임팩트' 분야에 NFT 및 웹3 콘셉트를 접목한 스타트업이었다.

3✕4는 기부활동에 NFT를 접목한 스타트업으로, '웹3 펀드레이징 플랫폼'을 표방한다. NFT를 구매하면 구매대금의 일부는 기부활동에 쓰이고, 기부 내역은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3×4의 팸플릿. 사진 속 NFT를 구매하면 우크라이나 아동에게 기부할 수 있다. 사진=박현영기자

눈에 띄는 점은 우크라이나 개발자 3명이 창업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펀드레이징 프로젝트로 모은 자금도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은 우크라이나 아동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콘퍼런스 현장에서도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용 부스에서 프로젝트를 알렸다.

아터 카처(Artur Kachur) 3✕4 CEO는 "비영리 기부활동에 쓰이는 NFT이다 보니 동참하겠다는 NFT 아티스트들도 많다. 벌써 400명의 아티스트가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아티스트들과 협력하고 있어 NFT를 구매할 경우 기부 활동에 참여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예술 생태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웹서밋 CEO "올해 주목할 만한 주제, 웹3와 메타버스"

웹서밋2022 행사장에 마련된 '크립토 콘퍼런스' 전용 강연장. 사진=박현영기자
크립토 콘퍼런스 전용 강연장을 참가자들이 가득 채운 모습. 사진=박현영기자

부스뿐 아니라 콘퍼런스의 꽃인 발표 세션들도 온통 '웹3 잔치'였다. 행사장 한켠에는 크립토 분야 강연이 릴레이로 열리는 '크립토 콘퍼런스' 전용 강연장이 마련됐다. 이 콘퍼런스 자리 또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늘 붐볐다.

웹서밋 스케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웹서밋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크립토’를 주제로 한 강연 스케줄만 따로 확인할 수 있다. 행사장에 사람이 제일 많은 3일과 4일에는 크립토 주제 강연들이 줄지어 마련됐다.

패디 코스그레이브(Paddy Cosgrave) 웹서밋 CEO도 올해 웹서밋에서 웹3 및 크립토 세션이 눈에 띄게 늘었음을 밝혔다. 그는 개회사에서 "올해 특히 주목할 만한 주제로는 메타버스와 웹3, 인공지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