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나토큰 논란]② 상장일 협의·시세조작, 실제로 존재했나
'MM 증거' 계약서·기획안 속속 등장…아로와나 "상장 브로커 독자 행동"
빗썸과 상장일 협의해 MM?…빗썸 "최초상장은 상장일 협의하는 게 원칙"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최근 경찰이 한컴그룹 회장실 및 한컴위드를 압수수색하면서 아로와나토큰(ARW) 시세조작,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아로와나토큰 관련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로와나토큰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10만% 급등세'에 이른바 '마켓메이킹(시세조작, MM)' 세력이 관여했는지 △거래소 빗썸이 한컴 측과 결탁해 마켓메이킹을 위한 길을 열어줬는지 등 두 가지다.
<뉴스1>은 한컴 측이 아로와나토큰 마켓메이킹을 의뢰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빗썸과의 결탁이 존재했는지 팩트체크 형식으로 알아봤다.
◇MM 계약서·기획안도 등장…아로와나 측 "브로커 독자적 행동"
아로와나토큰은 짧은 시간만에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하면서 시세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상장 31분 만에 상장가 50원에서 5만3000원대로 가격이 10만% 급등했고, 상장 사흘 후엔 가격이 6분의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상장 직후 거래가 7000원 선에서부터 체결된 점이 시세조작 의혹을 키웠다. 상장가는 50원이었으나, 상장 직후 발생한 거래는 7000원 선에서 체결됐다. 다른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최초상장' 코인이라고 해도, 상장 직후 거래는 상장가 선에서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장 초반에 마켓메이킹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한 증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컴에서 코인 상장 업무를 담당한 '브로커'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는 MM팀 ‘레온’과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 측에 MM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은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인 아로와나테크가 MM팀 '레온' 측에 마켓메이킹을 의뢰한 계약서 초안 △한컴 계열사 한컴위드가 직접 작성한 '아로와나토큰 유동성 공급 계획' 등을 입수했다.
해당 계약서 초안에 따르면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인 아로와나테크와 아로와나토큰에 투자한 골드유그룹은 싱가포르 법인 '볼트글로벌캐피탈'와 유동성 공급 계약, 이른바 마켓메이킹 계약을 체결했다.
볼트글로벌캐피탈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베이직의 공동창업자이자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출품했던 국보 금동삼존불감을 매입해 화제가 된 '헤리티지다오' 설립자인 김모 씨(레온)의 법인이다. 김 씨는 금동삼존불감을 매입할 때도 '볼트랩스'라는 싱가포르 법인을 이용하는 등 '볼트'가 포함된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보유하며 국내 법인으로는 체결하기 어려운 계약들을 체결해왔다.
또 한컴위드가 작성한 '아로와나토큰 유동성 공급 계획'을 보면, 아로와나토큰 투자자(골드유그룹)가 20억원을 투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수익을 아로와나테크(재단)와 공유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상장 브로커인 박진홍 전 대표 물량은 2단계에서 투입해 그의 단독 엑시트(수익 실현)를 방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한컴 측은 MM 계약이 박진홍 전 대표의 독자적 행동임을 밝힌 바 있다. 정종갑 아로와나허브(현 아로와나 재단) CEO는 블록미디어에 "MM과 관련된 일은 박진홍의 독자적 행동"이라며 "헥슬란트는 커스터디 업체일뿐, 재단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진홍 전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투자사 요구로 작성했을 뿐, 실제 계약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관해선 헥슬란트 또한 "단순 커스터디(토큰 보관) 업무만 맡았을 뿐 시세조작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국감에서도 헥슬란트에 의뢰한 제안서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M팀 '레온'을 이끄는 김모 씨도 베이직 토큰 커뮤니티에서 "베이직의 본업인 대출 관련으로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업무협약 체결을 비롯한 대화를 나눈적이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해졌다"며 아로와나토큰 MM을 맡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빗썸과 결탁해 MM?…빗썸 "최초상장은 원래 상장일 협의"
MM과 함께 제기된 또 하나의 의혹은 빗썸과 상장일 협의를 했다는 의혹이다. 빗썸과 사전에 상장일을 맞췄기 때문에 그 날짜에 맞춰 유동성을 공급, 시세를 띄울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결국 거래소와 가상자산 발행사, MM 세력이 결탁했을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최초상장은 원래 상장일을 협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아로와나토큰은 다른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채 빗썸에 처음으로 상장되는 '최초상장'이었다.
빗썸 고위 관계자는 "다른 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코인은 상장일을 미리 (재단 측에) 알려줄 경우, 해당 내용이 노출돼 다른 거래소에서 물량을 끌어와 시세를 조작하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상장일을 협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초상장은 앞서 설명한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상장일을 협의한다는 게 빗썸 측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최초상장은 모든 물량이 발행 재단에서 나오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리스크가 없고, 아로와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최초상장 코인들은 상장 일정을 협의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일에 맞춰서 MM 날짜를 맞춘 건지는 거래소 입장에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진홍 전 대표의 통화 녹취록을 MM의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녹취록에서 박 전 대표는 빗썸이 상장일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며, 당시 빗썸 대표였던 허백영 전 대표와 상장을 담당한 빗썸 실장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빗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하드포크(체인이 두 개로 분리되는 것)로 인한 기술적 이슈로 상장일을 연기했을 뿐, 갑질을 하거나 MM을 위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로와나토큰은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인 ERC-20을 활용한다. 통상 이더리움 하드포크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는 하드포크로 인한 입출금 오류를 막고자 이더리움(ETH)은 물론 ERC-20 계열 가상자산들의 입출금을 잠시 막는다. 하드포크가 일어나는 시기에 ERC-20 기반의 아로와나토큰을 상장할 경우, 상장 직후 입출금을 막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상장일을 연기했을 뿐이라는 게 빗썸의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하드포크로 인한 기술적 이슈로 연기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박진홍 씨와의 통화는 상장 관련 미팅을 맞추기 위한 통화밖에 없었고, 빗썸은 모든 상장 프로젝트들과 대면으로 미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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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4월, 31분만에 10만%가 올라 화제가 됐던 '아로와나토큰(ARW)'이 1년 반이 지난 현재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 만연했던 시세조작(마켓메이킹)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은 1년 반 전 일이 왜 최근 다시 화제가 됐는지, 시세조작 및 거래소와의 결탁은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리고 '상장 특혜'가 실제로 가능한 구조인지 등 아로와나토큰 관련 논란을 짚어본다.